요즘 집안에서 때아닌 밥전쟁을 겪고 있다. 아내와 나는 밥에 잡곡을 섞자고 하고, 아들은 그런 거 섞지 말고 그냥 하얀 맨밥을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얘기하게 되는 게 어린 시절의 혼분식 추억이다. 그러나 이것도 어른들에게는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옛 시절의 추억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들어도 감동도없는 엄마 아빠의 가난한 시절 얘기이다.우선 잡곡의 대명사, 보리밥에서부터 아이와 어른의 의견이 갈린다. 집 앞에 '1080'이라는 칼국수집이 있는데, 국수를 주기 전 꼭 두 숟가락 분량의 꽁보리밥을 준다. 그것을 몇 점 나물과 함께 고추장에 비벼먹는 맛이 우리에겐 각별하다. 그러나 막내아들은 집중이 안 된다고 한다. "뭐가 집중이 안 되는데?" "이 보리쌀이요." "보리쌀이 왜?" "씹으려고 하면 잘 씹히지도 않고 입 안에서 왔다갔다 해요." "옛날에는 이 보리쌀 안 섞으면 학교에 도시락도 못 싸오게 했어. 선생님이 점심시간마다 조사하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는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한줌 두줌 쌀을 아낀 돈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빠 엄마를 공부시켰던 시절의 이야기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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