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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관]위대한 "침실 복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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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관]위대한 "침실 복음서"

입력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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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와 '말죽거리 잔혹사'의 거친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가 쉽진 않겠지만, '구루'는 꽤 흥미로운 영화다. 인도의 종교지도자를 일컫는 단어인 '구루'(사진)는 이 영화에서 다분히 성적인 의미로 변형되는데(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 지침서인 카마수트라가 인도산이어서?) 인도인 주인공은 얼떨결에 뉴욕 사교계의 섹스 상담자가 된다. 그는 포르노 여배우로부터 주워들은 풍월을 그대로 따라 읊는 앵무새였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들을 구원(?)시켜 줄 복음을 원한다.독특한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인 '구루'에서 관객들은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섹스 철학을 전수하는 포르노 여배우의 '말씀'들이 바로 그것. 영화는 실전에도 써먹을 만한 유용한 성 지식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현대 사회의 섹스 구루'일 때도 있다.

섹스를 가르치는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들은 에로 비디오다. 체위 변화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애무의 강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요즘 러브 호텔 시설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지 등등.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실용 정보로 가득찬 한 편의 성 교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몇몇 오류들이 눈에 뜨이는데, 거의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건 조금은 무책임해 보이며, 그렇게 삽시간에 후끈 달아오르기도 쉽진 않다. 참고는 하되 실전에선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적용해야 할 부분이다.

영화는 이상적인 '섹스 선생님' 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부선은 가르치기도 전에 잡아먹으려 했던, 조금은 성급한 타입. 이럴 때 생각나는 분은 실비아 크리스텔. 바로 '개인교수'의 그 선생님이다. 누군가에게 섹스를 가르치거나 조언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크리스텔 여사에게 배워야 할 미덕이 있다. 상대방이 서툴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하는 아량. 뻔한 에로 영화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혹 있겠지만 '개인교수'는 섹스의 테크닉보다는 마인드를 가르치는 '스승의 영화'다.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전하기도 하지만 상담자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은 '바람난 가족'과 함께 한 번쯤은 보고 넘어가야 할 영화. 여기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까지 덧붙인다면 과히 '권태기 부부를 위한 3부작'이라 일컬을 만하다. 외도와 불륜, 유혹과 갈등으로 점철된 이 영화들은 본능 앞에서 솔직해지라는, 의외로 소박한 교훈을 준다. 그건 꼭 바람을 피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아닐 것이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좀더 탄력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 간단히 말하면 체위도 바꿔보고 오럴 섹스도 해보고… 뭐 그런 얘기다(카 섹스는 조금 위험한가?).

영화는 위대한 섹스 치료사다. 섹스 트러블 급증 시대에, 내공 있는 영화 한 편은 '안온한' 섹스를 위한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아메리칸 파이'에서 부서진 파이를 놓고 아들과 함께 고민하는 아버지의 표정만큼이나 진지한 길잡이 말이다.

/김형석·월간 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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