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제2라운드로 접어든 가운데 현대백화점 등 '범 현대가(家)'가 움직임을 가시화해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그동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갈등 와중에서도 침묵을 지켜왔던 범 현대가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백화점 정몽근(사진)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2일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현대백화점 계열이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93%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안에 대해 정몽근 회장이 주총 전 직접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측은 물론 "현재로서는 현 회장과 KCC 어느 쪽을 지지한다고 결정한 바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정 회장의 언급은 현대 경영권 향배에 대해 범 현대가가 주총에서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결정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범 현대가가 조만간 회동을 갖고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31일 무상증자 실시 후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현대그룹이 30.23%, KCC그룹측이 36.94%를 보유하고 있다. KCC측 지분 가운데 뮤추얼펀드 지분 7.81%와 사모펀드 지분 12.82% 등 20.63%는 공시위반과 관련,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달 중순 처분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범 현대가로 분류되는 지분율은 모두 15.3%. 현대백화점 계열이 2.93%, 정몽준 전 고문의 현대중공업 2.14%, 현대종합금속 4.99%, 한국프랜지 2.72%, 울산화학 2.52% 등이다.
현대그룹과 KCC는 정몽근 회장의 입장 발표 방침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범 현대가가 중립을 재천명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KCC측은 "중립을 지킬 요량이라면 조용히 있다 주총에서 중립을 지키면 된다"며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미리 말한 것은 현정은 회장의 중립 기대에 대한 반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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