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폭설 때 뿌린 염화칼슘이 지금까지 남아 새벽과 한밤 도로가 미끌미끌하다. 이 때문에 미끄럼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1일 서울시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기간 시내 주요 도로에 살포한 염화칼슘은 모두 2,850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아 염화칼슘이 쓸려 내려가지 않은 채 도로에 그대로 남아있다. 최근 포근하고 일교차가 큰 날씨 속에 새벽과 한밤에 이슬이 내리거나 안개가 끼고 있는데 염화칼슘은 고도의 흡습성(물을 빨아 들이는 성질)이 있어 물방울이 도로 표면에 얇게 깔리는 것이다.
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염화칼슘이 물을 빨아들이면서 마치 진눈깨비와 같이 끈적한 상태가 돼 도로가 매우 미끄러워진다"며 "더구나 도로 위에 생기는 물기의 성분은 소금물이어서 순수한 물보다는 마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도로가 미끄러워지는 새벽과 한밤에는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1일 새벽 5시20분께는 경부고속도로 반포IC 부근 상행선에서 오모(41)씨가 몰던 중형 승용차가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넘어가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치고 이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 2대가 연이어 추돌해 4명이 부상했다. 경찰 관계자는 "염화칼슘으로 도로가 미끄러워 발생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안개나 서리가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도로가 미끄러운 것이지 염화칼슘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손연수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고 조제염을 흡습성이 낮은 천일염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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