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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이곳은/ 고려대 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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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이곳은/ 고려대 호상

입력
200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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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호상(사진)은 1964년 고대 재학생들이 200원씩의 성금을 모아 건립한 학교 상징물이다. 60년 4·19혁명을 촉발했던 4·18 의거가 일어난 지 3년만의 일. 학교 박물관은 당시 학생들이 성금을 기탁하고 발급받은 '200원 영수증'을 비치하고 있다. 당시 고대 교우회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교문 건립을 추진했고 학생들은 자유·정의·진리를 의미하는 호랑이상을 세웠다. 남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의 시선은 남태평양을 향한 것이다. '민족의 힘으로 민족의 꿈을'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유장한 명문은 당시 국문과 교수였던 시인 조지훈의 작품. 이 비문은 졸업 후에도 학생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후배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을 위해 비문을 탑본해 선물하는 전통은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고시생들에게는 탑본이 '합격'을 보장하는 부적의 용도로도 쓰인다. 학교측은 해마다 계속되는 탑본으로 비문이 마모되자 '탑본용 비'를 따로 만들어 옆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호랑이는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응원단 깃발부터 이 학교의 상징으로 쓰였고 이후 학교 인장으로도 채택됐다. 호상은 원래 경영관 앞에 있었으나 최근 학교 중앙광장 동쪽 공터에서 100주년 기념관 건립 공사가 진행되면서 20m 가량 서쪽으로 이동했다. 바로 중앙도서관 인근 언덕 아래이다. 이 때문에 주변 공간이 협소해져 탑본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레 중앙광장 서쪽에 위치한 4·18 기념탑과 대칭을 이루게 됐다. 70∼80년대 선배들 사이에서는 '순수한 총각'이 호상 앞을 지나면 호랑이가 일어난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고, 고대 입학을 희망하는 고교생들이 밤에 몰래 학교를 찾아와 호상 앞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바람에 호상 앞 부분이 미끈하게 닳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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