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남자보다 두통을 자주 호소하는가. 뇌 구조때문일까 아니면 여성 특유의 예민한 성품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잦은 호르몬 변화와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남자보다 두통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말한다. 두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이 왜 여자에게 흔한지 알아본다.편두통 여자에게 압도적으로 많아
편두통 발병은 20∼30대에 정점을 이루었다가 50대 이후에는 점점 줄어든다. 4대 1 혹은 5대 1비율로 여자환자가 남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나 임신초기에 편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편두통 발생에는 유전적 영향도 크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 교수는 "편두통은 모계 유전확률이 부계 유전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병력인 경우가 높다는 것이다. 한쪽 부모가 편두통일 경우 자식에게 나타나는 확률은 25∼50%, 양쪽 부모가 편두통일 경우 자식에게 나타날 확률은 70%정도다. 편두통은 한쪽 혹은 양쪽 머리가 반복적 주기적으로 쿡쿡 쑤시거나 깨질듯한 통증으로 나타나는데, 두통이 심해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나거나 실제로 구토를 하기도 한다.
두통의 정체는 호르몬 변화
여자의 일생 중 겪게 되는 약 480회의 월경은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월경주기에 따라 호르몬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편두통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경이 시작되면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는데, 에스트로겐 감소가 편두통의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호르몬 변화가 어떻게 두통을 유발시키는지 병리는 잘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관 확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보통 월경이 시작되기 1주일 전, 혹은 월경기간동안 편두통을 경험하는 여성이 많은데, 월경기간 이틀 전부터 월경기간 하루 후까지 발생하는 두통을 특별히 '월경성 편두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폐경이 되면 편두통은 보통 호전되는데, 때론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폐경기 여성에게 호르몬제제를 복용하게 한 결과 편두통 증상을 완화시켰다는 보고도 있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임신 초기에도 두통이 잘 나타난다.
긴장성 두통도 여성에게 많아
머리에 마치 강력한 밴드를 두른 것처럼 눈썹 윗부분 양쪽에 심한 통증을 가져오는 긴장성두통은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거의 매일 일어날 수도 있다. 긴장성 두통 역시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호소한다. 여자환자가 1.16 많게는 1.9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긴장성 두통의 발생 원인 역시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과로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 주위 근육이 긴장되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두통이 생긴다는 것.
정교수는 "흔히 스트레스는 직장 일을 하는 남성에게 더 많은 것으로 여기기 쉬우나, 고부관계 육아 반복적인 가사활동으로 인한 여성의 스트레스 강도가 더 심한 편이라 긴장성 두통도 여자가 더 많이 호소한다"고 진단했다.
근심 걱정 분노는 두통을 악화시킨다
두통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김교수는 "예방법으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이라면서 "편두통 환자는 초콜릿 치즈 유제품 견과 토마토 커피 붉은 와인, 술, 보존제나 감미료(MSG)가 첨가된 식품 즉 소시지 햄 베이컨 통조림식품 등을 삼가라"고 조언했다. 모두 여성들이 상당히 즐기는 식품이다.
카페인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켜 역시 두통을 쉽게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편두통 환자는 하루에 2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심 걱정 분노 스트레스는 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산보 등산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면 몸과 정신을 이완시킬 수 있어 두통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통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빈도도 많고, 심하다면 두통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진통제 남용 두통 오히려 악화시켜
흔히 여성들은 두통이 생길 경우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구입할 수 있는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 진통제를 마구 복용해 먹는 경향이 많다. 정교수는 "이러한 진통제를 함부로 먹을 경우 뇌에서 통증을 막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면서 "일시적으로 두통이 사라질지 모르지만, 만성적으로는 두통에 대한 신경반응에 더 예민해지게 돼 약효가 떨어지게 되자마자 두통이 재발하게 되는 만성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두통은 환자가 갖고 있던 두통 형태까지 교란시켜버린다는 것. 정교수는 "500㎎짜리 타이레놀을 하루 36알이나 복용하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면서 "1주에 10알 이상 1개월 이상 과다 복용하면 만성두통 발생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환자들 중에는 머리가 아픈지 10년이 넘었고 매일 진통제에 의존해 지낸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발병 초기 진통제보다는 예방목적의 약물로 적절히 조절 받았으면 만성두통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여성들은 대부분 매일 진통제를 복용해 혈중에 일정한 농도의 약물을 유지하고 있어야 두통이 완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물농도가 떨어지는 새벽이나 아침에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아침일과도 진통제 복용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교수는 "술이나 담배끊듯 진통제도 딱 끊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면서 "3∼6주간은 극심한 고통으로 힘들겠지만 3개월정도 지나면 환자의 60%는 진통제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의사 언제 찾아야 하나
김교수는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거나, 평소 두통과 다른 형태의 두통이 나타났을 때, 두통의 강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해질 때, 발열 구역질 구토 등이 두통증상과 함께 나타났을 때는 반드시 한번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받을 경우 물론 병원을 가야겠지만, 장애를 줄 정도는 아니라도 뇌 안에 이상이 있을까 불안하다면 차라리 뇌촬영을 해 이상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상이 없다고 확인한 후 환자들이 불안증도 없어지고 두통 빈도도 많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최근 학계에서도 두통 환자의 경우 한번 정도는 뇌 촬영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yjsong@hk.co.kr
50대 이후 두통 '건강 위험신호'
두통은 젊은 나이에 주로 발병한다. 50세 이후 갑자기 두통이 생겼다면 뭔가 심각한 질환 때문에 2차적으로 발생한 두통일 수 있으므로 뇌영상 촬영이나 피검사를 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만호 교수는 “이전에 두통이 없던 환자가 점차 두통이 심해지고, 특히 오전에 두통이 심하다면 뇌종양이거나 폐암 혹은 유방암이 뇌로 전이된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 때문에 생긴 두통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즉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간질발작, 성격변화 등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김교수는 “뇌종양이나 폐암 혹은 유방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의 경우 30%정도는 단순한 두통 증세와 구별하기 힘들다” 면서 “전이가 됐더라도 크기가 작으면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한편 노년층에서 넘어지거나 머리에 외상을 입은 후 생긴 두통은 ‘경막하 출혈’(뇌의 덮개 아래에 혈액이 고이는 증상)일수 있으며,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극심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면 ‘지주막하출혈’(머리안 동맥의 약화된 벽이 부풀어 오른 것)로 인한 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통증’ 이라고 묘사될 정도다. 심한 경우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심한 고혈압일 때도 두통을 호소할 수 있으며, 갑상선기능저하증 귀나 치아 감염, 녹내장, 파킨슨병일때도 두통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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