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WINE)세대를 아십니까.'386세대와 실버세대 사이에 놓여있는 45세부터 64세까지 기성세대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가족보다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현실 속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은 1일 전국의 45∼64세까지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세대 특성을 분석한 기성세대 탐구보고서 'WINE세대를 말한다'를 내놓았다.
WINE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WINE세대는 해방 전후 격변기에 태어나 경제성장을 위해 청춘을 보냈으나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의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도전에 직면한 45세부터 64세까지의 연령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코드에 맞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젊은 세대의 부상,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기술, '오륙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도둑)'로 상징되는 명예퇴직 바람 등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안정과 조화를 중시하는 등 여전히 기존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가치관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일기획은 이들을 시간을 두고 숙성하는 포도주처럼 인고의 시기를 견뎌 새롭게 태어나는 세대라는 뜻에서 'WINE(Well Integrated New Elder)세대'라고 이름을 붙였다.
가모장(家母長)·부부 중심의 삶
WINE세대는 우선 가족을 위해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조사에 응한 60대 초반 여성은 "늙어서 집 늘려 가는 사람, 결혼한 자식의 애 봐주는 사람, 자식한테 재산 물려주고 용돈 타 쓰는 사람을 요즘에 우리 세대에서는 3대 바보로 부른다"고 말했다. 또 위험이 있더라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겠다는 새로운 도전의식이 넘쳤다.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이제 늙어서 돈만 모으는 것은 손해다.(60대 초반)"라는 말처럼 미래를 위한 절제나 희생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요한 특징.
가치관이 변하면 삶의 방식도 변하는 법. 무엇보다 가부장에서 가모장(家母長)으로의 가정 내 권력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복덕방에 가도 부인과 같이 오라고 한다(50대 남자)"는 말처럼 의사 결정과 소비의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넘어간 것.
제일기획은 왕성한 소비욕구를 지니고 있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W.I.S.E.R'를 제시했다. 즉, W(Woman)=남성보다 여성을 공략해야 하고 I(Itself)=포장과 이미지보다 기본과 실체를 중시해야 하며 S(Safety)=기대감보다는 확신을 통해 안심시켜야 하고 E(Evergreen)=노인 대접을 하지말아야 하고 R(Relationship)=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인적 교류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유정근 수석은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다"면서 "'소외된 세대', '완고한 세대'로만 치부됐던 기성세대가 변화를 수용해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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