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리 길을 걸어 절도혐의로 구속된 아버지를 면회했다는 초등학생 형제의 말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경기 안양시 A보육원이 이들 형제들에게 답지한 성금의 처리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1일 보육원측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김모(13)군 형제의 딱한 사정이 처음 알려진 뒤 이들을 도우려는 각계의 온정이 쇄도, 총 3,2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그러나 김군이 최근 "아버지가 시켜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털어놓았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보육원측은 성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성금은 고스란히 김군 아버지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 보육원측은 "비록 김군이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성금은 불우한 가정환경에 놓인 형제들을 위해 모인 것인 만큼 아버지 이외의 제3의 보호자나 다른 위탁기관이 맡아 형제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군 형제는 설날인 지난달 22일 할인매장에서 18만원어치의 옷과 식료품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 남부경찰서를 찾았다. 김군은 담당 경찰관에게 아버지가 시킨대로 "아버지를 만나러 안양 집에서 30㎞를 몇 시간 동안 걸어 왔다"고 말했다. 경찰관은 안타까운 나머지 김군 형제 이야기를 남부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웠고 이후 각계의 온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군은 지난달 31일 보육원 친구들에게 "버스를 타고 경찰서에 갔다"고 털어놓았고, 보육원 교사의 재확인 과정에서 아버지 지시에 의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김군은 "아버지가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면서 내게 거짓말을 하라고 시켰다"고 울먹였다. 김군의 아버지는 2년 전 부인과 이혼했으며 그동안 김군 형제를 자주 때려 이웃에 의해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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