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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주치의… "건강을 손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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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주치의… "건강을 손잡으세요"

입력
200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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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옥(63) 할머니는 동네의 가정의학과 개원의를 이 세상 최고의 명의(名醫)이자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 시장 갈 때마다 들러 얼굴을 보고 아들 딸 이야기도 하는 등 한 식구처럼 지낸다. 박씨가 이 곳을 다닌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토록 사이가 각별해진 것은 지난해 박씨가 갑상선암을 진단받으면서부터다. 고혈압을 관리하면서 실질적인 주치의로서 박씨를 정기 검진해 온 의사는 "어깨가 무겁다"는 박씨의 호소에 초음파검사로 갑상선암을 발견, 즉각 큰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도록 했다. 박씨는 "글쎄, 몰랐으면 그냥 죽었겠죠. 이젠 내 건강을 아예 의사 선생님께 맡기고 지내요"라고 말했다.그런가 하면 직장인 A씨는 지난해 마흔도 안 된 아내를 가슴에 묻었다. 갑작스레 황달 증상과 피곤을 느껴 큰 병원을 찾은 아내는 간암 말기로 판정받았고 손을 쓸 수 없었다. 아내는 B형 간염 보균자였으나 증상이 없어 병원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직장을 다니지 않아 정기 검진 한번 받아보지 않았다. A씨는 "진작 동네 의사라도 한번 찾아가 봤었다면…"하며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다.

"주치의 두고 계십니까?"

박씨와 A씨의 아내 모두 자신의 질병에 대해 무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박씨에겐 평소 가까이 지내는 주치의가 있었고 덕분에 위험도가 높은 질병을 주의 깊게 살필 수 있었다. 주치의는 큰 병원이 놓치는 것을 잡아내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종합병원의 전문의는 환자를 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전공 질환만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1,000명 이상의 환자를 주치의 등록프로그램에 따라 관리하는 임지혁 상계가정의원 원장은 "심근경색으로 종합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가정주부가 복부의 암은 발견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며 "전체적인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주치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종합병원 전문의는 중한 병에 대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가는 자문의이며, 주치의는 병이 깊어지기 전 조기에 이를 잡아내 자문의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이다. 사실 죽는 병은 증상이 없는 병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주치의 내가 만든다

제도는 표류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주치의를 둘 수 없는 건 아니다. 2000년 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의 주치의 시범사업을 주도한 도병욱(도병욱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임 원장과 마찬가지로 1,000명 안팎의 환자를 등록, 관리한다. 협의회가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만날 때가 된 환자들에게 우편으로 일정을 알려준다. 별 문제가 없어도 1년에 한번쯤은 환자를 보게 된다. 아파서 병원을 찾기 전 의사가 주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해 주는 것이다.

도 원장은 매주 수요일 거동이 불편한 동네의 노인들을 왕진한다. 지난달 28일 92세 정복례 할머니를 찾은 도 원장은 약통을 살펴 진통제를 얼마나 먹었는지, 걷기 연습은 하는지, 그리고 설에 딸들이 찾아왔는지 물었다. 그는 "얼굴을 자주 맞대다 보면 주치의의 역할이 점점 커진다"며 "어떤 환자는 재결합한 뒤 이복 자녀들끼리 갈등까지도 상담할 정도"라고 말한다.

주치의 어떻게 정하나

주치의를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큰 종합병원의 전문의를 주치의로 두겠다고 생각했다간 "아프지도 않은데 왜 왔느냐"고 혼만 나고 오기 십상. 가까운 동네의 의원을 찾도록 한다. 모든 진료과목의 의사를 한명씩 둔다는 생각도 과욕이다. 도 원장은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특히 가족 전체를 관리하는 데에는 가정의학과가 가장 좋다.

핵심은 주치의 개념에 충실한 의사를 고르는 것. 도 원장이나 임 원장처럼 체계적인 주치의 등록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또는 "앞으로 어떤 건강관리가 필요한지 궁금해서 왔다"고 물어보아 필요한 정기 검진 일정을 잘 짜주는지, 어떤 위험이 높다며 평가를 해 주는지, 판정뿐 아니라 생활습관에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상담을 잘 해준다면 적당하다.

또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다. 정상이다, 아니다 하는 진단에서 그친다면 주치의로서 자격이 없다. 현재로 병은 없지만 어떤 질병에 대해 주의해야 하는지, 예방을 위해 어떤 운동과 식사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의사가 좋다.

주치의 어떻게 활용할까

주치의의 가장 큰 역할은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 건강진단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다. 병력·가족력 등을 포함한 문진, 진찰, 가슴 X선 검사·심장검사·당뇨검사·간기능검사·고지혈증검사 등 기초 검사를 주치의에게 받을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만 종합병원의 건진센터를 찾으면 된다. 처음부터 큰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혹 직장이나 지역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경우에도 결과지를 들고 반드시 주치의를 찾아간다. 이러한 집단 건진은 검사항목이 획일적이어서 병을 놓치거나 질병위험이 발견돼도 후속 조치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때문에 주치의로부터 설명을 듣고 생활습관 교정, 예방약 처방, 추가 검사를 하도록 한다.

병이 발견되거나 정밀 검사가 필요하면 주치의와 연계된 3차 기관으로 소개를 받아간다. 전문의를 알아서 소개해 주고 예약도 해주는 경우가 있어 효율적이다.

주치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상담은 100% 활용한다. 식습관, 건강보조식품, 자녀의 발달상황, 적당한 운동종류와 시간 등 평소 궁금한 것들을 모두 상의한다. 이메일이나 전화를 공개하는 의사라면 급한 경우 전화를 활용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사이버 주치의… "든든하네"

일에 쫓겨 병원 문턱이 여전히 높다면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를 권할 만하다. 온라인에서 건강상담을 하거나 질병위험을 평가하고 필요하면 병원 예약 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수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 건강상담 사이트가 단순한 정보 나열에 그쳤다면 최근 온라인 의료서비스는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를 하는 헬스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과 제휴한 에버케어는 평생건강관리서비스와 암특화서비스를 운영한다. 평생건강관리서비스는 종신보험가입 회원에게 전담 간호사(메디네이트)가 방문해 채혈과 문진으로 개인의 위험도를 평가, 필요한 검사를 설계해주는 것. 검진센터 예약은 기본이고 필요하면 차로 데려다 준다. 검사결과는 본인과 에버케어에 동시 통보돼 상담과 해석, 종합병원의 의사 소개 등 후속 대책이 마련된다.

암특화서비스 역시 개인별로 위험이 높은 암을 자주 검색하는 한편 발병하면 병원 예약부터 치료 일정과 식이요법 등에 대한 세세한 상담을 메디네이트가 도맡아 병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삼성생명과 연계한 365홈케어도 '사이버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회원으로 가입하면 평생토록 필요한 건강검진을 맞춤 설계하고, 건진센터나 병원의 예약을 대행하며, 온라인과 전화를 이용한 건강상담, 의료진이 직접 방문하는 검진 서비스를 실시한다.

코어메드, 아이리치코리아는 중증 질환이 발병한 경우 해외의 의료기관을 연계해준다. 질병에 대한 해외 전문의를 소개하고 예약을 대행해준다. 단 국내 병원에 비하면 몇 배나 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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