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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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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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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이상원, 조금선 옮김 황소자리 발행·1만2,000원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강물이라고 했다. 막을 수도 없거니와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강물에 댐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활용한 사람이 있다. 구 소련의 과학자인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1890∼1972·사진). 그는 50여년 간 '시간 통계' 노트를 작성, 인생의 가치와 잠재력을 무한대로 확장해 놓았다.

일반에는 다소 낯설지만 그는 전공인 곤충분류학과 해부학은 물론 진화론, 유전학, 수리생물학 등에 걸쳐 70여 권의 저서 및 단행본과 100권 분량의 연구논문을 남기며 20세기 러시아 과학사를 이끈 학자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그가 생전에 발휘한 초인적인 학문적 열정과 방대한 성과물의 비밀을 추적하고 있다. 단서는 그의 유고 속에서 나온 일기였다. 그가 26세이던 1916년부터 기록하기 시작한 일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붉은색과 푸른색 글씨로 깔끔하게 적은 큼직한 장부책이었다. 그는 여기에 하루 동안 했던 일, 연구와 회의, 편지 쓰기, 독서 등을 간단히 나열하고 그 일을 한 시간을 분 단위까지 계산해서 적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곤충분류학: 알 수 없는 곤충그림을 두 점 그림(3시간 15분). 어떤 곤충인지 조사함(20분). 추가업무: 슬라바에게 편지(2시간 45분). 사교업무: 식물보호단체 회의(2시간 25분). 휴식: 이고르에게 편지(10분).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폴 이야기'(1시간 25분),'

놀랍게도 그는 이러한 통계를 매달, 매년 결산한 것은 물론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가계부의 수입과 지출항목처럼 관리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이러한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평균 3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계산해 기록했다. 그가 얼마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일화 한 가지.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아들이 잇달아 전사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도 그는 장례식까지도 '집안 일'이라는 분류 속에 집어넣고, 계획했던 일을 모두 처리했다. 아들들의 죽음까지도 시간으로 계산하는 그를 두고 냉혹하다는 손가락질도 나올 법했지만 평소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눈물로 고통을 잊을 수 있겠는가. 될 수 있는 한 빨리 정신을 차리는 게 백번 낫다"라며 그를 두둔했다.

류비셰프에게 이처럼 시간은 눈에 보이고 계량할 수 있는 물질이었다. 절대로 강물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잡아내고, 숨어있는 시간까지 채굴해냈다. 그 결과 그는 하루 8시간 이상 자고, 산책과 운동을 한가로이 즐기며, 단테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줄줄 외우고, 주요 공연과 전시도 빠짐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그의 사망 1주기에 열린 학술모임에서는 모든 발표자들이 그를 곤충학자이자 역사학자, 철학자로 평가할 만큼 그의 학문적 업적은 깊고도 넓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시간에 더욱 예민해지고, 노인이 되면 시간의 흐름이 귀에 들린다고도 한다. 하지만 류비셰프에게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되고 풍요로워졌으며 노년기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청년시절 못지 않은 학문적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는 시간의 강물에 댐을 세워 발전소를 만들고 터빈을 돌린, 시간의 지배자였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시간 관리" 관련책들 쏟아져 나와

각종 경영기법과 이론을 활용해 쓴 '시간 관리'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부자들의 습관'(이언 그린 지음, 더난출판사 발행)과 '능력있는 사람의 시간관리'(줄리 모건스틴 지음, 더난출판사 발행), '시간 관리'(제프 데이비드슨 지음,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발행) 등은 어떻게 시간을 쪼개서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에 대한 책들이다. 고액 연봉자 등 성공한 사람들이 10분, 15분 단위로 나눠 시간을 활용하거나, 시간 지도를 만들어 쓰는 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목표 설정과 기술 숙달 등을 다루는 '시간 관리'는 미국에서 200만부 이상 팔렸다.

'개구리를 먹어라'(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북@북스 발행)는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뒤로 미룰 것이 확실한 일'을 '개구리'로 비유하고 그것부터 먹으라고 조언한다. 일의 질을 따졌을 때 '난해하고 영향력 있는 큰 일'을 먼저 해치우는 것이 성공이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월·화에 일을 끝내라'(오카쓰 후미히토 지음, 국일미디어 발행)는 1주일 활용법을 다루고 있다. 일요일 밤에 계획을 짜고 주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일찌감치 일을 마무리 지으라는 내용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처럼 '주초형 인간'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저녁형 인간'을 내세운 '퇴근 후 3시간'(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해바라기 발행)은 퇴근후 일단 잠을 자고, 밤 10시 일어나서 자기 계발에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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