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정치개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자금 투명화, 신인의 진입 장벽 완화, 선관위 조사권한 강화 등 의미 있는 개혁안들이 속속 합의되고 있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합의 내용 중 일부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현실성이 부족하고, 충분한 사전 검토도 없었던 것으로 보여져 "과연 잘 지켜지겠느냐"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이 정치개혁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비생산적인 경쟁을 벌인 흔적이 군데군데 발견되는 게 '옥의 티'로 지적된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정치자금 수입·지출 실명화 등 '검은 돈'을 차단하는 방안이 대거 합의됐지만 논란이 있는 내용이 많다.
우선 기업 명의의 정치 후원금 기부를 전면금지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격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합법적인 통로까지 막아 음성자금이 더 난무할 가능성이 크고, 기업 임·직원이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 명의의 편법 기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특위 소위는 30일 뒤늦게 '법인·단체의 임·직원 및 가족은 법인·단체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고 처벌까지 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소액 다수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10만원 이하 기부자 세액공제'를 결정했으나 재경부가 "행정 비용이 많이 들고 다른 기부금과의 형평에 문제가 있어 도입하기 어렵다"고 막고 나서 "실현 가능성도 살피지 않고 섣불리 결정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소위는 이를 재검토키로 했다.
한나라당이 선도하고 있는 '중앙당 후원회 전면 폐지' '개인 후원회 한도 연간 100만원 제한' 방안 등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정치신인은 "기업 후원금도 못 받는 마당에 개인 한도마저 100만원으로 제한하면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할 수 있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선거법 소위가 정치인의 축·부의금품 기부를 상시 금지하면서 1만5,000원 이하의 조의 물품까지 주지 못하도록 한 것을 두고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 상규(常規)를 무시한 너무 과격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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