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 지음 효형출판 발행·1만3,000원
일본 정부는 얼마 전 공식적으로 경기 회복을 선언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이 마침내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 회복은 이미 지난해 9월 한신타이거스가 프로야구 리그에서 우승할 때 예견됐다. 오사카(大阪)에 본거지를 둔 이 팀이 우승하면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속설이 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은 흔히 '장인(匠人)의 나라'라고 불린다. 몇 대를 두고 계속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경제 대국인 일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장인 정신의 대표 격인 오사카 상인들을 다루고 있다. 586년에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업인 건축회사 공고구미(金剛組)를 비롯한 노포(老鋪) 12곳(오사카에는 100년 이상 된 점포나 기업이 500개가 넘는다)과 미쓰이 등 오사카 출신 재벌들의 역사와 경영 비결, 오사카 상인정신의 형성 과정 및 핵심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사카 상인의 상징은 '노렌'이다. 식당이나 가게, 회사 등의 입구에 치렁치렁 늘어져 있는 무명 천을 말한다. 보통 점포나 기업의 문양이 들어가 있다. 이 노렌이 뜻하는 것은 한 마디로 신용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오사카 상인정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중에 '회덕당'과 '석문심학'이 있다. 장사를 좀 더 잘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고, 그래서 5명의 상인이 1724년에 만든 '장사꾼을 위한 장사꾼의 학교'가 회덕당이다. 이 학교는 서양식 교육제도가 도입된 1869년 문을 닫았다가 1916년 다시 열었다. 현재는 오사카대학 내에 회덕당 센터로 남아있다.
상인 출신인 이시다 바이간(1685∼1744)의 사상을 종합한 석문심학은 일본인의 상도를 최초로 체계화한 것이다. 일본 상인의 바이블인 셈이다. 핵심은 노동은 힘들고 고단한 것이 아니라 인격 수양의 길이라는 점, 진정한 상인은 상대방과 자신을 모두 이롭게 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14년 동안 수없이 오사카를 찾아 현장감이 돋보인다. 다만 아주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다소 피상적이고, 객관성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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