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항공권 마일리지 혜택이 크게 축소될 예정인 가운데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마일리지 제도변경을 최소한 2년 정도 유예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 항공사의 대응이 주목된다.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가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올 여름 미국여행을 계획한 소비자들은 그동안 모아 두었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이 혜택 축소를 시행하기로 한 3월 이전에 써 버려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난감한 실정이다.
강 위원장은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항공사들은 최소한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마일리지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이 올 3월 혜택 축소를 시행할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강 위원장의 이 발언은 내년 3월부터 시행하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은 "대한항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주 초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대한항공은 2002년 11월에 마일리지를 올 1월부터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종전에는 마일리지가 5만5,000 마일이면 미국·캐나다행 왕복 항공권을, 6만5,000 마일이면 유럽행을 공짜로 줬지만, 앞으로는 7만 마일이 돼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떨어지자 대한항공은 2003년 9월에 '3개월 고지+6개월 유예'를 '3개월 고지+12개월 유예'로 6개월을 추가로 유예, 시행시기를 올 3월로 미뤘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며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간주, 검찰 고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들도 2∼3개월씩만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며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마일리지 총액이 1,000억마일이 넘는 대한항공은 충당금만 2001년 470억원, 2002년 563억원, 지난해 600억원 등 해마다 급증하는 등 마일리지로 인한 경영압박이 심각하다. 465억 마일의 누적마일리지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초강수로 항공사들을 압박함에 따라, 두 항공사들 모두 조금씩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올 6월부터 마일리지 축소를 시행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이 공정위에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년 유예 권고를 전적으로 받아 들일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유예기간을 좀더 뒤로 미루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현재로선 연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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