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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타인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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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타인에 대한 배려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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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학생들에게 자율적인 사람, 그리고 타인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무슨 성인군자나 헌신적 인간이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과의 언어적 및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자신에게 책임을 질 줄 알며, 서로 교감하고 베푸는 마음을 전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적 자율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각박한 우리사회의 활력소가 될 뿐만 아니라 선진국 진입의 지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얼마 전 경찰청은 새치기 등을 경범죄(경범죄처벌법)에서 제외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 중요한 의미는 새치기와 같은 후진적인 행위는 개인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다. 즉,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교정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 생활이나 환경이 이전보다 그래도 나아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자율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법적, 도덕적 규범의 올바른 준수 이상의 무엇을 요구한다. 즉, 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 이상의 상징적인 자발성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얼마나 자발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가? 지하철에 가면 이러한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지하철역 매표소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면서 잠시 옆으로 비켜서서 매표소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마다 씁쓸함을 느낀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동안이긴 하지만 전철표를 매개로 한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또 충전을 마치고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 마다 한번도 여기에 대한 반응을 들은 적이 없다. 그저 '네' 하거나 '고맙다'라고 한마디 해주면 얼마나 친근함과 신뢰감을 느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출근시간을 피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지하철에 올라 여느 사람들처럼 빈자리를 찾아서 두리번거리게 된다. 노약자석을 제외한 객차 안 의자는 7명의 사람들이 앉게 되어있다. 그런데 6명도 아니라 5명이 앉아 넓은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자리를 배려해 주는 경우는 이상하게도 드물다. 오히려 좁은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몸을 들이대어야만 마지못해 자리를 내어준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참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우 이기적으로 보인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현상은 남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예전에는 중년 남성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였다면 요즈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현상이 되었다.

특히 젊은 남자들이 다리를 크게 벌리고 자리를 넓게 차지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애써 모른 척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선진국으로의 길은 아직 요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이런 모습은 일본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옆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8등분으로 신문을 접어서 읽고 있는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개인의 자율적인 의식이 타인에 대한 배려로 발전하게 되며 이러한 사소한 배려를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요해진다고 해도 개인적 자율성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우리가 개혁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스스로가 변하지 않은 채 타인들이 변하기를 바라거나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자신의 의식도 변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바로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 재 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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