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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도발보다 타협?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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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는 여전히 문화 대통령인가, 깜짝쇼의 주인공인가."29일 저녁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사진)의 컴백 콘서트 'Live Wire'. 지난해 열린 ETP페스트 등을 통해 서태지가 보여줬던 시원하고 강렬한 무대를 기대했던 팬이라면 실망했을 것이다. 최첨단 음향과 조명, 다양한 볼거리는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졌고, 서태지의 전후에 각각 무대에 오른 피어팩토리와 콘이 별 다른 조명효과도 없는 무대에서 노래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모습과도 대조됐다.

서태지의 공연은 마치 유명 댄스 가수의 콘서트처럼 무대효과에 집중됐다. 관객석에 대형 풍선이 떠다니고, 대형 불기둥에 화려하게 흩날리는 눈가루까지 이어졌다. '인터넷 전쟁'을 테크노 버전으로 부를 때는 "댄스 클럽에 온 것처럼 신나게 놀아보자"고 관객의 호응을 호소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그리고 ETP페스트 공연에서 서태지가 별 다른 이벤트 없이 노래만으로 감동을 안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가 대중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7집 음반 역시 "지금까지 음반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이다. 수록곡 중 7곡을 단 4개의 코드로 진행해 한 번 들으면 귀에 단번에 들어올 정도로 쉬운 멜로디에 '감성 코어'라는 그의 표현처럼 자꾸 들으면 감성을 콕콕 누르는 구석이 있다. 25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내가 느낀 감동을 대중들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대중적 인기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서태지는 기성세대에 반해 청춘의 불안과 고민을 대변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서태지란 이름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서태지는 변했다. 물론 매스컴은 아직 그에게 열광한다. 방송에서는 그의 컴백에 맞춰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방영했다.

하지만 정작 서태지는 7집 앨범과 공연을 통해 스스로를 '유쾌한 록음악을 만드는 인기가수'의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서태지가 서태지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태지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삐딱하면서 파급력 있는 음악은 그가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힘을 잃고 있다. 그 자신도 지향점을 잃은 것 같고 때문에 더더욱 대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기로에 섰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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