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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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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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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글·그림 강무홍 옮김 논장 발행·1만2,000원

미국의 그림책 그림작가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는 40년 이상 공동작업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이 부부의 그림은 뚜렷한 선과 혁신적인 색채, 섬세한 표현과 뭉근하게 피어 오르는 깊은 맛으로 눈길을 사로잡곤 한다. 국내에도 서아프리카의 옛이야기 모음집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버나 알디마 글, 보림), 자연 속에 살아가는 알래스카 원주민의 겨울 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북쪽나라 자장가'(낸시 화이트 컬스트롬 글, 보림) 등이 번역·출간돼 이 부부의 환상적이고 기품 넘치는 작품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신간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는 딜런 부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림책이다. 구약성서 전도서의 구절을 전세계 문화권의 다양한 전통미술 양식으로 표현한 그림은 마치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의 미술을 모아놓은 갤러리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대 이집트 벽화부터 고대 그리스 도자기의 그림, 중세 서양과 일본의 목판화, 소가죽을 오려 만든 태국의 그림자극 인형, 북극 지방 에스키모 원주민들이 돌판에 새긴 판화 등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저마다 독특한 기법의 그림을 쭉 보는 것만으로도 안복(眼福)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지구촌 곳곳의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엿보는 창이기도 하다.

텍스트로 삼은 전도서 구절은 간결한 대구로 심오한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무릇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이 땅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철학적인 내용이라 어린이가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아니, 어린이들은 모두 어린 철학자들이다! 멋진 그림과 어우러진 짧지만 다듬어진 글을 곰곰이 생각하며 읽는 동안 어린이 스스로 마음의 키를 훌쩍 키울 것이라고 믿는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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