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 /대통령의 자식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 /대통령의 자식들

입력
2004.01.31 00:00
0 0

더그 위드 지음·윤성옥, 송경재 옮김 중심 발행·1만6,000원

"나는 나라를 운영하거나 딸을 보살피거나 둘 중 하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망나니 같은 딸을 지켜보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0세기초 남녀가 내외하던 시절에 남자친구들과 거침없이 놀고, 백악관 안에서 금연을 선포하자 옥상에 올라가 항거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자식들 중에는 정계나 관계, 재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도 있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자살하거나, 부모의 관심 부족으로 일찍 사망하거나 부모를 괴롭힌 말썽꾸러기가 훨씬 많았다. 이 책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파헤친다.

첫번째 부자(父子) 대통령을 낸 애덤스 가(家)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존 애덤스의 장남은 외교관, 국무장관으로 활동하다 대통령이 됐지만 차남은 재산을 탕진하고 주정뱅이로 살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방탕한 놈, 몹쓸 놈, 짐승" "악마에 홀린 미친 노인"이라는 막말을 주고 받았고, 애덤스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그 녀석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또 그의 아들로 6대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의 장남인 조지 워싱턴 애덤스는 엄격한 교육과 중압감에 시달리다 익사한 변사체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아들로 가장 성공한 사례는 링컨 대통령의 장남인 로버트 토드 링컨이 꼽힌다. 남북전쟁에 참전하려다 아버지의 반대로 입대하지 않은 그는 37세에 육군장관이 됐고 통신회사 AT& T를 설립, 기업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암살된 충격으로 발작하는 어머니를 정신병자 요양소에 보내기 위해 법정에 서야 하기도 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몸을 기꺼이 던진 이들도 많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네 아들은 1차대전이 터지자 모두 자원입대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막내는 시력검사판을 모두 외워 조종사 시험에 통과, 전투중 사망했으며 두 형은 부상으로 지체장애인이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네 아들은 2차대전 때 가장 위험한 지역에 가서 전투를 했다. 부시 현 대통령도 젊은 시절 한 때 알코올 중독으로 부모 속을 썩였지만 월남전에 참전, 요격기 조종사로 활동했다.

저자 더그 위드는 1988년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선거 참모였다. 이 책은 부시 대통령 당선 직후 그의 아들인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완해 2003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대통령 아들이 빗나가는 것은 부모와 접촉할 기회가 적었던 게 주요 원인"이라는 것. 실제로 존 애덤스의 두 아들이 극과 극을 달린 것은 장남은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는 등 함께 지냈지만, 차남은 7년 넘게 아버지를 만나지 못할 만큼 방치됐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문의 영광을 계승하라는 닦달과 지나친 기대는 멀쩡한 사람을 폐인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가정 중심적이고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부시 가(家)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 당선후 아들 부시에게 백악관에 들어와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들이 그때 아버지와 함께 일했다면 92년 선거에서 재선했을지 모르지만, 2대에 걸친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은 대통령의 가정 생활에 얽힌 뒷얘기를 통해 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진환기자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