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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초등생2명 끝내 주검으로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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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를 한다며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던 초등학생 2명이 실종 16일 만에 동네 야산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제2의 개구리 소년'이라는 얘기까지 나돌던 두 소년은 실제 개구리 소년 사건처럼 시신 발견 지점이 집과 가깝고, 범행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범행 동기 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사건 초기 단순 가출 사건으로 판단, 초동 수사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사건현장 경찰은 30일 오전 11시29분 경기 부천시 소사구 역곡동 춘덕산(해발 105.6m) 9부 능선을 수색하던 중 눈이 녹아 흥건히 젖은 점퍼와 바지에 덮인 채 누워 있는 윤기현(12·초등6) 임영규(11·초등5) 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윤군은 옷이 벗겨진 채 양손 손가락이 지름 4∼5㎝ 나무에 자신이 신고 있던 운동화 끈으로 묶여 있었고, 임군은 엎드린 자세로 팬티만 입은 채 자신의 목도리로 목과 손목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임군의 목에는 심하게 졸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의 시신은 추운 날씨 탓에 꽁꽁 얼어 있었다.

발견 지점은 가톨릭대 뒤편 야산으로 민가에서 1㎞, 등산로에서 500여m 떨어진 곳이며, 윤군 등이 사는 원미구 소사동 집에서는 2.5㎞ 가량 떨어져 있다.

실종 두 소년은 지난 14일 오후 9시45분께 실종됐다. 임군의 친구 김모(12) 군이 가톨릭대 정문 앞 골목에서 목격한 것이 마지막이다. 경찰은 "김군에 대해 최면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아이가 30∼40대로 보이는 남자를 일렬로 순순히 따라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두 소년은 당일 오후 7시께 평소처럼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두 소년 모두 두툼한 파카 점퍼와 운동화 차림이었으며 집 근처에서 공놀이와 달리기 놀이 등을 했다. 윤군의 아버지는 "오후 8시55분께 아이들이 집 앞에서 공을 차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임군이 집 앞 아파트 단지의 공중전화에서 수신자 부담으로 집에 전화를 건 시각은 오후 9시23분. 임군은 여동생으로부터 "엄마가 집 앞 PC방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아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단 면식범 소행 추정

수사 지난 15일 새벽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생인데다 협박전화가 없었던 점을 들어 단순 가출로 판단했다. 신고 접수 후 일주일간 1개 형사 전담반 등 20명으로 기초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은 22일에야 전담반을 2개 반으로 늘렸으며 춘덕산 수색은 사건 발생 10일째인 지난 23일에야 시작했다. 이후 춘덕산 일대에 대한 수색을 두 차례나 더 실시했지만 허탕을 쳐 형식적인 수색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아이들이 고분고분 따라갔다는 증언에 따라 일단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아이들의 옷이 벗겨지고 윤군의 속옷이 없어진 점 등으로 미뤄 정신이상자의 범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천=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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