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일이와 수일이 김우경 글. 권사우 그림. 우리교육● 놀기과외 로리 뮈라이유 글. 올리비에 마툭 그림. 비룡소
지난 설 연휴에 식구들이 모였을 때 엄마들 대화의 주제는 단연 자녀교육이었다.
대학생의 엄마는 취업과 입대 문제를, 예비 고3의 엄마는 발등의 불인 대학입시에 대한 불안을, 중학생 엄마는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에서의 갈등을 늘어놓았다. 또 예비 중학생의 엄마는 학교 공부만 따라가게 했더니 선행학습이 안 되어 소위 잘 나간다는 학원에는 진도에 맞는 반이 없다는 푸념을, 초등학생의 엄마는 경시대회를 준비 시켜야 할 지에 대한 걱정을 쏟아 놓았는데 아마 더 어린 아이의 엄마가 있었더라면 조기교육도 한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또 일하는 엄마는 자신들의 교육정보부족을 호소했고 전업주부는 자녀교육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일이와 수일이'와 '놀기과외'를 읽으면 자식의 미래를 위한 철저한 계획 아래 현재를 재단해 나가느라 정작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놓치지는 않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여름방학 동안 여러 군데 학원에 다니느라 지친 수일이는 자기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대로 깎은 손톱을 쥐에게 먹였더니 정말 자기와 똑같은 아이로 변한다. 수일이는 가짜 수일이에게 학원 다니는 것과 공부를 맡기고 자기는 실컷 놀러 다닌다. 가짜 수일이가 쥐로 돌아가고 싶다고 징징대던 것도 잠시, 곧 사람으로 사는 것이 더 좋다며 수일이를 집에서 쫓아내려 한다. 이제 수일이는 가짜 수일이를 쥐로 되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수일이가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데도 그들은 아들의 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공부뿐만 아니라 악기, 어학 과외와 현장학습으로 빡빡한 생활을 하는 '놀기과외'의 라디슬라스는 뭐든지 1등인데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훤히 꿴다. 바이올린보다는 첼로가 직업을 구하기에 더 쉽고 장래에 무슨 일을 하든지 영어는 반드시 필요하고 무엇이든 되도록 일찍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라디슬라스의 삶의 요령이 과연 아이들의 마음에서 나온 것일까.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라디슬라스는 친구 앙투안을 통하여 스스로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찾아가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노는 재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해결방법에 또 한번 웃게 된다.
아이들에겐 해방감과 재미를, 어른에게는 한 발짝 떨어져서 애들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줄 내용이다.
그날, 가장 깊이 새겨들은 이야기는 애가 시험을 못 봐서 위로 받고 싶을 때 곁에 있어 주기 위해, 애들 시험기간 중에는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는 한 엄마의 말이었다. 마치 훈풍이 내 마음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엄마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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