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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얼짱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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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얼짱 열풍

입력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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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 안산 B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김모(13)양은 지난해 4월 인터넷 다음사이트 '초딩 얼짱(얼굴이 예쁜 초등학생)' 카페에 친구들과 함께 장난삼아 사진을 올렸다가 안티세력들에 의해 '사이버 린치'의 대상이 돼버렸다. 김양에 대한 집단 괴롭힘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번지는 '얼짱 신드롬'의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김양은 사진을 올린 지 얼마 안돼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으며 '얼짱' 대열에 올랐다. 인터넷에 팬 카페가 생기고, '얼짱'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에 초청되는 등 여느 초등학생이라면 경험할 수 없는 유명세를 타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김양의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안티'들의 공격이 시작된 것. 일부 네티즌들은 김양 안티카페를 만들고 "이 얼굴로 어떻게 '얼짱'이 될 수가 있느냐" "재수 없다"며 김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안티카페에 등록한 회원수만 9,500여명에 달했다. 대부분이 김양과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인 회원들은 카페에 김양을 소재로 한 인신공격성 인터넷 소설을 게재하는가 하면, 김양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내 공유하면서 전화를 걸어 심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김양이 아예 휴대폰을 꺼놓자 이들은 김양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김양은 물론 부모에게까지 폭언을 퍼부었다. 지난 설 연휴에만 아침부터 한밤까지 수백통의 전화가 집으로 걸려왔다.

김양은 수차례 카페 게시판에 "제발 그만 하라"고 애원하는 글을 올리고 최근에는 자신을 음해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 경찰이 이들에게 경고성 전화까지 걸었으나 네티즌들의 집단 괴롭힘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김양은 "장난으로 인터넷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될 줄 정말 몰랐다"면서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봐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섭고 전화 벨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란다"고 하소연했다.

'얼짱 열풍'의 진원지인 인터넷 다음 카페에는 김양의 안티카페 외에도 수십여개의 '얼짱' 안티카페가 만들어져 있다. 이 가운데는 최대 2만여명의 네티즌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곳까지 있다. 이들 카페에는 하나같이 "심한 인신공격성 글은 삼갑시다"라는 운영자의 공지가 게시돼 있으나 글마다 욕설에 협박이다. 특히 이들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얼짱'들은 물론 안티카페 회원들도 대부분 아직 판단이 미숙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어서 자칫하면 분노감이 폭력 등 극단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강지원 변호사는 "외모 지상주의의 잘못된 가치관을 키우고 있는 '얼짱 문화'가 인터넷의 익명성과 결합하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얼짱'을 만들어 냈다"고 개탄하면서 "청소년들의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몸짱·강짱… 난무하는 "짱" "외모지상주의 가치관 고착"

'얼짱 몸짱 강짱 차짱….' 지금 우리 사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탄생하는 '짱'들에 열광하느라 정신이 없다. 세대마다 선호하는 짱의 종류도 다양하다. 외모에 민감한 10대들은 주로 얼굴이 예쁜 '얼짱'에 열광하고, 몸매 가꾸기에 치중하는 20∼30대 여성들은 '몸짱'이 되고 싶어 안달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좋은 차를 모는 사람'을 뜻하는 '차짱'까지 등장해 30대 직장 남성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모의 20대 여성 강도 용의자까지 '강짱(강도 얼짱)'으로 인터넷에 등장해 수 천명을 회원으로 한 팬 카페가 생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짱 신드롬'은 외모 지상의 그릇된 가치관을 고착화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킬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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