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집 '나무'(열린책들 발행)의 성공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2003년 6월 출간되기도 전에 인터넷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에서 사전 주문예약 집계만으로 베스트셀러 종합 1위, 출간 한 달 뒤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올랐다. '해리 포터' 시리즈 5부가 나오기 전 11월 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자리를 지켰으며, 지금까지도 5위권 내를 유지하는 베스트셀러다. 1월말 현재 70만 부가 팔렸다.'나무'보다 1년 전 나온 베르베르의 장편 '뇌'가 100만 부 넘게 팔려 '베르베르 효과'가 기대되긴 했지만, '나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출판사가 "뜻밖이었다"라고 할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나무'가 장편에 비해 대중에게는 좀 덜 인기있는 분야인 단편집이고, 국내에 소개된 베르베르의 작품 10종 중 100만 부를 넘긴 것은 장편 '개미'와 '뇌' 뿐, 대부분 10만 부 정도의 성적을 거둔 사실을 짚어보면 '나무'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나무'는 환상적인 이야기 모음이다. 혈관과 장기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인간, 루이 14세 시대로 바캉스를 떠난 관광객, 인간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외계인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들에 독자들은 "기발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독자가 베르베르의 뜨거운 팬이다. 재미도 있고 과학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도 적절하게 자극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라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과학을 소재로 하지만 부담스럽게 어렵지도 않고, 인생에 대한 성찰을 던지면서도 무겁지 않다는 것이 불황의 출판시장에서 '나무' 열풍을 일으킨 요인이라는 것이다.
베르베르의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 번역판에만 실은 프랑스 삽화가 뫼비우스의 삽화도 재미있고 어렵지 않은 책이라는 이미지를 주는데 도움이 됐다. 영상세대의 기호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으면서, 단편이라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호흡이 짧아 속도감 있게 읽히는 강점이 돼버렸다. '나무'는 최근 인터넷서점 YES24(www.yes24.com) 주최로 네티즌 10만 명이 참여한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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