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국민일보 6일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외교통상부 갈등' 기사를 보도한 취재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한 사실이 29일 드러나면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불법 행위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0일 "명백한 위법 행위이자 권력 남용", "국민 참여정부가 아니라 국민 감시정부" 등 격하게 비판하며 쟁점화 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공직사회에 재갈을 물리고 언론의 비판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탄압정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통화내역 조사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12일 통화내역 조사 사실이 처음 보도됐을 때 부인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청와대 자체의 통화 내역 조회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민정수석실에서는 통화내역 조회가 없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말했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청와대는 국정원에 보안유출 확인을 요청했을 뿐, 통화내역 조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몇 차례 내부 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통화내역 조회가 여러 번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정원의 통화내역 조회 역시 명백한 불법이라는 비판이 높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문제의 기사 중 '이란 대지진에 대한 대통령 조문(弔問) 지연' 부분에 대해 국정원에 '보안유출'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 모두 4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 전문을 발송하기로 했음에도, 'NSC의 고집으로 뒤늦게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돼 정부 내부의 일을 왜곡 유출한 외교부 직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통화내역 조회의 근거인 통신비밀보호법 13조2항에서 규정한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통화내역 조사는 불법 행위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내역 조회 결과를 민정수석실에 전하지 않았다는 국정원의 발표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외교부가 6일 직원들의 통화 여부 확인서를 제출 받았었다는 점에서 민정수석실이 통화내역 조사 결과 없이도 국민일보 기자와 통화한 직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도 30일 "민정수석실 조사는 자체 탐문 결과나 조사 기법상 넘겨짚기를 할 수 있다"며 "통화 내역을 기초로 질문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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