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각각 폭로와 고소로 맞서며 악연을 되씹었다. 청와대는 30일 김 의원이 전날 "노 대통령이 A그룹에 직접 요구한 자금과 자녀 결혼축의금 등 50억 원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 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노 대통령 캠프를 끝까지 지킨 재선 의원. 선대위에선 홍보본부장을 지내는 등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 중 한 사람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분당 과정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고, 선대위 이중장부 의혹 등을 제기하며 '노무현 저격수'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나는 노 대통령과 대화를 자주 나눠 그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노 대통령도 이를 잘 안다"며 "(내가) 대화 내용을 정리·녹음했을 수도 있잖느냐"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선대위 내부회의에 줄곧 참여한 데다 이상수 총무본부장과도 흉허물 없이 지내 자금내역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공산이 크다. 여권으로서는 그만큼 껄끄러운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김 의원은 "검찰이 B그룹을 수사하면서 이희호 여사와의 관련성을 파헤치고 있다"며 표적수사 의혹을 잇따라 폭로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죽이겠다면 '생즉사 사즉생'으로 대응할 것" "적당히 공갈치고 넘어가거나 면책특권 뒤에 숨지 않고 진검 승부를 벌이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폭로에 대해 불안감도 내비쳤다. 허위로 판명될 경우 당까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 김영환 대변인이 29일 A그룹 관련 폭로에 대해 "기사화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보도 수위를 낮추도록 요청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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