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비 기독교인들은 교인들의 교회 홍보용 전도에 신물을 냅니다. 이제는 단순히 전도지 돌리는 것에서 벗어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서비스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신앙 따로, 삶 따로인 것입니다. 윤리의식 부재가 심각합니다."27일 오후 6시 서울 기독교회관. '한국교회― 그 성숙함을 위한 진단과 제언'을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월례강좌에서는 최근 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성공회대 부총장 양권석 신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KNCC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교회 내부 비판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목사나 신학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교회 개혁을 거론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공식적으로 이런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다. 교회 개혁이 올해 개신교계의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형 교회들의 지교회 설립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닮았고, 교회 세습까지도 재벌의 행태와 똑같습니다. " 첫 발제자 최형묵 목사(천안 살림교회)는 "지금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어두운 자화상'을 그릴 수밖에 없다"면서 신흥종교나 유사종교의 병폐와는 달리 '제도화된 공식 교회'와 관련된 논란이 교회 위기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특히 "오늘날 교회 안에서 추구되고 있는 것은 신앙의 이름으로 치장된 물질적, 육체적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며 교회 성장 자체를 문제삼았다.
그는 "소위 '성장하는 교회'에서 목사들이 금기로 여기는 불문율이 있다"면서 "자본주의와 미국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는 "자녀 교육이나 촌지 문제, 교통법규 위반 등의 일상에서 신자들의 신앙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고 그 원인으로 성서 해석의 혼란을 꼽았다.
김 교수는 "개신교에서는 무엇이 바람직한 성서 해석인지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고 목사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면서 "설교도 무엇이 옳은지 원칙만 강조하지,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응희 목사(안디옥교회)는 "도시 교회 대부분은 시골 교회 교인들의 이동으로 이루어졌으며, 진정한 전도나 선교가 아니라 교인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세속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교회 선거에서 돈이 오가는 것, 선교 차원으로 보기 어려운 목사들의 해외 나들이 등 교회 곳곳에 세속주의가 배어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도 2월 2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에서 '목사란 누구인가'를 주제로 목회자의 현주소를 성찰하는 포럼을 갖는다. 송태근(강남교회) 박세광(부산 남도교회) 목사,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이사가 발제한다.
김 이사는 미리 배포한 '밖에서 바라본 목사란 누구인가'라는 발제문에서 "반말을 하는 등 무례하고 사람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목사에 대한 이미지"라면서 "문제 있는 목사는 극소수라고 하지만 실제로 좋은 목사를 만나는 것이 너무 어려워 홍수 속에서 마실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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