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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여성전용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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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여성전용칸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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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여자들은 외출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를 기다리면서 왜 그렇게 화장을 오래 하는지 짜증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장은 남들에게 보이는 얼굴을 가꾸는 일이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인지 게으른 탓인지 집에서 화장을 하지 않고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사람은 '남들'이 아닌 것일까. 꼴불견으로 생각되고 무시 당하는 느낌도 들어 눈총을 쏘아도 눈치를 채지 못한 채 눈썹을 그리고 볼을 가꾸느라 바쁜 여성들을 여러 번 보았다.■ 여성전용칸이라면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여자들만 있는 데서 무슨 일을 하든 알 게 뭔가. 그런데 1992년 지하철 1호선에 도입된 여성전용칸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출근시간대에 앞뒤 1량씩 배정했지만, 남자들이 마구 타는 데다 여성들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굳이 여성전용칸을 찾아 승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있으나 마나 한 여성전용칸을 없애려 하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계속 운영될 모양이다. 이에 비하면 경로석은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다.

■ 4월1일부터 운행되는 경부고속철도의 20량 중 1량을 여성전용칸으로 만들 것을 철도청이 검토 중이며, 이 방안이 역차별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 보도됐다. 도입취지는 여성의 사생활 보호와 편의 제공이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실무진의 생각이었을 뿐 정식 검토한 바 없다고 한다. 말을 바꾼 건지, 언론이 앞서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고속열차에 여성전용칸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으니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라는 기록을 세울 뻔 했다. 지하철과 달리 좌석이 지정되는 고속철도는 잘 지켜졌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 일본지하철은 여성전용칸의 역사가 길다. 주오(中央)선이 1947∼73년 여성과 어린이전용칸을 운영했고, 게이한(京阪)전철은 1954년 여고생 전용칸을 만들었다. 게이오(京王)전철은 2000년 겨울, 취객들의 행패를 막기 위해 연말의 여성전용칸을 도입했다. 남자들은 불평하면서도 잘 지키고 있다. 올해에는 심야 여성전용택시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택시운송사업조합이 여성전용택시를 만들려 했다가 법적 문제 등으로 포기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기왕에 조성된 여성전용 공간과 시설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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