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기업 경영의 3각축인 기술, 생산, 마케팅 중 기술과 생산만 강조해 실패했다."중소기업청 허범도(사진) 차장은 지난해 말 숭실대학교 무역학과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삼발이의 다리 중 하나라도 짧으면 솥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듯,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골고루 육성되어야 할 3대 분야 중 한쪽이 약해짐으로써 '절름발이 지원책'이 됐다는 것이다.
허 차장은 논문에서 1,000여개의 지방 중소기업들을 직접 방문 조사한 실증적 자료를 통해 유통과 판로개척, 영업 등 마케팅 역량의 부족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술과 생산력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 납품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도 마케팅을 소홀히 했던 결과라고 허 차장은 분석했다.
그는 과거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처음 논의된 1970년대에는 기술 지원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던 반면 80년대 후반부터 마케팅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했고 90년대 들어서는 아예 역전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97년 이전 50 대 38이었던 기술 지원 및 마케팅 지원 요구 비율은 97년 이후 23 대 68로 완전히 역전 됐지만 중기육성정책의 방향은 여전히 기술과 생산 부문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지도교수인 숭실대학교 류동길 교수는 "과거의 단편적, 고식(姑息)적인 지원정책을 벗어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라며 "향후 중소기업 지원책은 기술·생산·마케팅의 3개 축을 골고루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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