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내란음모 혐의 무죄"'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 사건 선고공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신영철 부장판사)는 29일 303호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1980년 군법회의가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73년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 결성 혐의(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외화를 소지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면소(免訴) 판결했다. 면소는 형사 사건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소송절차를 종결시키는 것이다.
재판부는 "79년 12·12 군사반란 발생 이후 80년 5월 비상계엄 확대 선포에서부터 81년 1월 비상계엄 해제에 이르기까지 신군부가 행한 행위는 그 자체가 내란죄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것은 오히려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민통 결성과 외화 소지 혐의는 5·18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재심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87년 7월 이미 특별사면을 받았기 때문에 면소 판결한다"고 덧붙였다.
재판 개시 7분여 전에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법정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5분여 동안 판결문 낭독을 경청한 뒤 환한 표정으로 김옥두 의원 등 방청석을 가득 메운 지인 20여명과 악수를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은 법원을 나서며 "국민과 역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마무리해 주신데 대해 감사한다"며 "자유롭고 독립된 사법부에 의해 이런 잘못된 판결이 다시는 이 나라에서 없기를 바란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權씨, 징역5년 추징200억"
현대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돈 박스를 실은 승용차 주행 현장 검증까지 벌이며 무죄를 주장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는 29일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현대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권씨에 대해 징역 5년에 추징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권 실세로서 알선수재 액수로는 유례가 없고 앞으로도 찾기 힘든 막대한 돈을 수수한 점이 인정된다"며 "범행 적발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준비시키고 50억원은 개인 목적을 위해 남겨뒀는데도 뉘우치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으로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고통 등을 감안할 때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이 이의를 제기한 권씨와 김영완(미국체류)씨의 공모 사실 고 정몽헌 회장과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김영완씨 진술의 증거능력 현금 전달에 관여한 사람들의 출입국 현황과 돈 전달 시기 대가성 여부 등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권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지법 317호 법정에서 선고가 이뤄지는 30여분 동안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재판부가 낭독하는 판결문을 경청하다 분위기가 유죄 쪽으로 흐르자 방청객들을 돌아보며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씨 등을) 만난 적도 없는데 만났다고 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나타냈다.
또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법정을 나서며 "이건 아니다. 하늘이 알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편 황 부장판사는 선고 전 "법관이 신(神)이 아닌 이상 사건의 진실을 알 수는 없어 오판이 아니길 기도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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