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중국의 경기 과열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총통화량이 매년 20%나 증가하고 있는데다 제조업 및 부동산 투자도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일본, 90년대 후반 미국에서처럼 과잉 투자 및 공급 과잉으로 중국에서도 거품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중국 경기 과열론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4·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발표. 중국 국가통계국은 2003년 4·4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9.9%에 달해 연간으론 9.1%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일부러 성장률을 실제보다 낮게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홍콩지사 타오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난해 공식 발표보다 훨씬 높은 연간 11∼13% 성장했음에도 불구, 당국이 고의적으로 성장률을 낮췄다"며 "중국은 이미 경기과열 국면에 접어들어 정부가 서둘러 경기과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중국의 총통화(M2) 증가율이 2002년 19.9%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11월에도 20.4%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동성이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비효율적인 투자로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투자 증가율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조업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며 중국의 공급과잉 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중국의 투자 증가율은 2002년 17.4%에서 지난해 1∼11월에는 29.6%까지 치솟았다.
업종별로 보면 철강 104.1%, 화학 70.3%, 기계 65.8% , 방직공업 74.5%의 투자 증가율을 기록, 90년대 초반 경기 과열시의 투자 증가율을 넘고 있다. 중국의 소비 신장세와 세계 경기 회복을 감안하더라도 공급과잉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부동산 경기 과열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도 규제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해만해도 전국 40개 주요 도시의 상품방(개인매매가 가능한 분양주택) 가격은 평균 9% 올랐고 일부 도시에선 상승 폭이 20%를 넘었다. 상하이의 상품방 가격은 한해동안 25%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상하이의 부동산 투자액은 700억위안(약 84억달러)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4% 급증했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건설공작회의에서 부동산 경기 과열 대책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광타오(汪光燾) 건설부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부분적 과열조짐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건설부를 비롯한 7개 부처 합동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거시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80년대 일본, 90년대 후반 미국의 정보기술(IT)업계 등 거품경제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과잉투자와 은행대출 급증현상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거품 가능성을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시장의 엄청난 규모만 믿고 외국 기업들이 끊임없이 투자를 계속한 탓에 투자지출이 중국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평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투자지출이 몇 년간 계속된 뒤에는 통상 과잉투자로 거품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과열론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것은 지난 7∼8년간의 성장률 둔화에 대한 반동으로 걱정할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높은 저축성향으로 화폐유통속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총통화량 증가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통화공급을 억제할 경우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역협회 양평섭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보여진다"며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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