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무성하던 아파트 리모델링에 탄력이 붙고 있다. 서울 서초구가 29일 정부의 주택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방배동 궁전아파트(216가구)와 삼호아파트(96가구)에 대한 아파트 리모델링조합 인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리모델링이 구상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서는 갖가지 '족쇄'를 채우는 반면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에는 주민동의율 완화와 각종 세제지원 등의 '당근'을 주고 있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6∼9평 넓어지고 주차장도 커져요'
리모델링 조합 설립인가가 난 방배동 궁전아파트는 3개동 216가구 전체를 바꾸는 단지형 리모델링이 추진돼 3개동 중 복도식으로 돼 있는 2개동은 계단식으로 바뀐다. 31, 39, 51평형은 가구 당 6∼7평이 늘어나게 되고 동과 동 사이에 271면 지하 주차장도 만들어진다. 조합측은 다음 주 중 설계도면 심의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착공을 예상하고 있다.
14동 1개동(53평 단일평형)이 인가를 받은 삼호아파트는 가구당 8.95평이 늘어나며 주차공간도 123면에서 145면으로 확충된다. 아파트 관계자는 "4월말까지 이주를 마치고 5월 초부터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사기간은 1년∼1년6개월이 소요되며 공사비는 삼호 160만원대, 궁전은 190만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곳은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 20여개 단지, 2,600여 가구에 이른다. 궁전과 삼호 외에도 강남구 신사동 삼지아파트는 최근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또 압구정동 한양1차 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5차는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압구정동 미성1차(322가구)와 일원동 개포한신(364가구) 등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거나 추진 중이다. 특히 1,260가구의 대형단지인 반포 미도1차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결의가 이뤄질 경우 리모델링 바람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강북도 곳곳 리모델링 바람 확산
강남 발(發) 리모델링 바람은 강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미군기지이전과 4월 고속철 개통 등으로 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한층 높아진 용산구에서 리모델링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선 동부이촌동 로열아파트(72가구)의 경우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으며 골든맨션도 80% 가량의 주민 동의를 얻은 상태. 장미맨션, 타워맨션, 전보아파트 등은 현재 리모델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홀대 받아온 것이 사실. 목돈을 챙길 수 있는 재건축에 비해 투자매력도 떨어진 데다 지하주차장 설치 시에도 재건축에 비해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정부가 주민 동의율 80% 이상으로 인하(기존 100%)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규모에 한해 부가세 면제 등의 혜택을 내놓자 자연스럽게 리모델링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던 아파트도 리모델링 쪽으로 전환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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