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가 관련 업계의 반발로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방송시간 연장을 올해부터는 조직적으로 재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특히 3사는 29일 지상파 방송시간 연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동시에 긴급편성, 생방송으로 내보내 전파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자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가 이날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시간 규제와 자율화'를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는 '방송시간 규제와 문제점' '지상파 방송시간 연장과 실행방안' 등 방송시간 자율화를 지지하는 주제발표에 이어 지상파 방송사와 학계, 신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 6명의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KBS, MBC, SBS가 일제히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특정 주제 토론회를 방송 3사가 동시에 생방송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3사 편성본부장들은 지난 주 방송시간 자율화 문제에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하고 토론회 생중계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BC가 생중계를 맡고 KBS, SBS가 이를 수중계하는 공조체제를 보였다.
박신서 MBC 편성국장은 "주 5일제가 정착돼 가고 있어 방송시간 연장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알아볼 필요가 있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녹화방송은 편집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토론회 생중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의 편성 관계자는 "방송시간 연장은 방송 3사가 모두 생방송 중계할 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닌데 3사 합의에 따라 내보내는 성격이 짙다"고 다소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방송위 관계자는 "대통령 초청 토론회도 전파낭비를 피하기 위해 주관사를 정해 순번대로 방송하는데, 광고시간 확대 등 방송사 수익과 직결된 사안을 3사가 동시 생방송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정연주, 이긍희, 송도균 등 3사 사장이 노성대 방송위원장을 만나 "낮 방송이라도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연말에는 방송협회 차원의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방송시간 연장의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케이블 업계도 28일 방송위에 '방송시간 연장불허'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지상파의 변칙적 토론회 중계에 반발, 토론회에 불참했고 다른 참석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방송시간 연장불가 설득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방송시간 연장 논의가 자칫 감정적 대립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현재 지상파TV 방송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오전 6시∼낮 12시, 오후 4시∼새벽 2시이며, 방학 때 청소년 프로그램이나 아마추어 스포츠중계 등에 한해 방송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 연장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 위성 등 유료TV는 종일방송이 허용되는데 지상파만 방송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규제 철폐를 주장한다. 또 해외 대부분의 국가가 종일방송을 허용하고 있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돼 낮과 심야 방송 수요가 높아졌다는 점 등도 이유로 들고 있다.
케이블 업계와 시청자 단체는 타 매체의 광고수입에 큰 타격을 주고, 방송내용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방송광고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적 지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지상파측에서는 낮방송을 해도 시간당 광고수입은 400만원 이하로 프로그램 제작비에도 못 미쳐 유료TV 업계의 광고수익 하락은 근거가 없다고 재반박하고 있다.
방송위는 방송시간 자율화의 필요성은 내심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반대 목소리가 워낙 높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한열 방송위 지상파방송부장은 "방송시간 규제를 풀더라도 단계적으로 방송시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갈 것"이라며 "아직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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