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과 김희상 국방보좌관을 전격 교체하기로 하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핵심 외교안보라인은 참여정부 11개월 만에 사실상 모두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2기 외교안보라인은 노 대통령의 이른바 자주외교노선과 좀더 색채가 근접한 인사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정권 초기 외교안보라인 내에서 벌어졌던 '동맹파' 대 '자주파'의 갈등이 수습 국면을 넘어서자 노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들을 기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전격 교체의 직접적인 계기는 '외교부 직원 노 대통령 폄하 발언'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의 경질로 사건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여졌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던 외교안보라인을 아예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 혼선 및 갈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근원적 치료를 하자는 의도다. 청와대 관계자도 "2기 청와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외교안보라인을 이번 기회에 재정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출범 초기부터 외교안보라인은 이라크 파병, 대미관계 등을 놓고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라종일, 김희상 보좌관 쪽과 자주외교를 주장하는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측이 종종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갈등 관계는 특히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놓고 극대화 됐고,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최소한의 파병을 주장했던 이 차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NSC 사무처장으로 외교안보라인을 총괄했던 라 보좌관은 이 차장과의 불협화음 속에서 결국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다. 스스로 언급했듯이 "노 대통령의 가정교사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김 보좌관 역시 이라크 파병 당시 대규모 파병을 주장하는 등 노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종종 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라, 김 보좌관은 정부 내에서 자주외교에 쏠린 이 차장 등에 대해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번 교체로 인해 노 대통령과 외교 코드가 맞는 이 차장과 반기문 외교부 장관만 살아 남고, 노 대통령과 종종 다른 의견을 냈던 윤영관 전 장관, 라·김 보좌관이 전부 정부를 떠나게 됐다. 이들이 비교적 미국측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때문에 이번 교체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균형이 무너지고, '자주파' 코드로 급격히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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