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인 소설가 이문열씨가 "한나라당은 싹수가 노랗고 절망적"이라고 토로한 것은 정치권의 기득의 벽이 얼마나 단단한지, 또 스스로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전하는 말이다. 비판을 부르는 몇몇 단수 공천 사례에 이씨 자신도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고백하는 내부고발로도 들린다.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니 아는 게 없어 대부분 설득이 되고, 설득 안 될 논리가 없어 무력했다"는 이씨의 자탄은 일반의 합리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당생리의 완강함을 날카롭게 지적한다.정치개혁의 한 척도가 공천으로 간주되는 마당에 이를 알면서도 엉터리 공천을 강행한다면 그 뻔한 결과는 자신이 감당할 몫이다. 그러나 물갈이에 대한 폭발적 욕구를 수용할 제1당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국민에게서 희망을 앗아가는 작태다. 자질과 능력이 모자라면서 단지 야당이라는 입지 하나로 비판의 힘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정권경쟁을 하는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총선은 환골탈태의 경쟁이다. 스스로 먼저 나서도 모자랄 판에 공천심사 주체로부터 "자폭하고 싶다"는 좌절이 터져서야 그 정당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겠는가. 밀실공천 시비나 호남 기득권 논란이 계속 중인 민주당도 매 일반이다. 그런 식으로 유권자의 부릅뜬 눈을 피해가려 하다가는 제2당의 위치는 한 순간에 가라앉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낙하산 공천 문제는 또 어떤가. 내각인사들을 징발해 선거에 세우려다 보면 공정 경쟁의 룰이 무시될 소지가 큰 게 현실이다. 모두가 벌써부터 싹수가 노란 기미들이다. 국민의 눈으로 공천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공천은 불량품 강매와도 같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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