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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포장마차서 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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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포장마차서 키운 사랑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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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장마차와 추억을 쌓게 된 것은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였다. 눈이 내리는 저녁이면 데이트를 하자고 그에게 전화를 했다.우린 다방에서 커피를 마신 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울의 밤거리를 걸었다. 눈을 맞으며 사랑하는 남자와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종로에서 동대문을 거쳐 신설동 로터리까지가 우리의 데이트 코스였다. 종착지인 신설동 로터리에 도착하면 우린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그럴 때면 그는 아무 말없이 내 손을 잡고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당시의 포장마차는 지금처럼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연탄불을 피워서 음식을 조리했는데 고만 고만한 크기의 노변 식당이었다. 그곳의 카바이트 불빛이 좋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주인 아저씨 혹은 아주머니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탄 화덕에서 끓고 있는 뜨거운 국물을 마셨다. 때로는 낯선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면서 정겨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처음 보는 손님들과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곤 했다. 나는 데이트할 때 뿐만 아니라 하숙집에서 뒹굴다가 출출해지면 근처의 포장마차를 찾았다.

포장마차를 좋아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말 내성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포장마차만 가면 소탈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포장마차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격식을 버리고 식욕을 드러내 보여도 부끄럽지 않았다. 가난하고 지친 사람들과 갈증과 허기를 함께 달래고 인정을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다. 서울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포장마차는 정다운 쉼터였다.

기업형 포장마차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보도를 듣는다. 그럴 때면 남편과 연애시절에 들렀던 허름한 포장마차의 내부 풍경이 떠오른다. 포장마차를 꾸리던 주인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포장마차는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서민들의 삶처럼 생명력이 있다.

나는 생계형 포장마차가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지금의 어디선가에 희미한 불빛을 밝히고 있을 허름한 포장마차가 그립다.

남편과 나는 바쁘게 살면서 포장마차를 잊고 지내왔다. 남편을 졸라 연애 시절의 그곳에 들르고 싶다. 지금도 그런 포장마차가 있다면 주저 없이 들어가 우리의 연애 시절을 회상하련다.

/천옥희·광주 북구 일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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