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로션과 로션, 플루이드, 에멀전은 무엇이 다를까. 토너와 스킨소프트너, 아스트린젠트, 오일컨트롤로션, 토닝로션은 또 차이점이 뭔가. 에센스와 세럼과 앰플과 부스터는 따로 따로 써야하는 것인가, 같이 써야하는 것인가.화장에 관한 한 일찍이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입술연지를 바르던 순간부터 도가 튼 여성이라면 이런 질문들이 너무 기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이브로셰 프로 레티노 베지탈 시티 데톡스 마스크’(레티놀이 함유된 식물성의 도시생활자를 위한 피부해독작용을 하는 팩), ‘엔프라니 화이트제닉 멜라닌 락 에멀젼’(미백작용을 해서 멜라닉 색소를 막아주는 로션), ‘에스까다 크리스탈 클리어 화이트 포 다크 서클’(눈밑이 칙칙해지는 것을 막아서 수정같이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크림)…. 억지로 만든 과제같지만 이 제품명이 뜻하는 것을 괄호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어떤 화장품인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화장품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화장품 용기에 영어 혹은 불어 그대로 적혀있는 용어들은 웬만한 외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곧잘 해독불능 상태를 만든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 용어는 겹치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같은 뜻인데도 이름만 바꿔서 신선미를 강조하는 형식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로션은 유액 형태로 피부에 유분과 수분을 동시에 공급하는 화장품을 일컫는다. 에멀전이나 플루이드,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밀키로션은 모두 같은 종류의 화장품을 지칭한다. 일부 수입제품은 우유라는 뜻의 불어인 레(lait)를 사용하기도 한다.
액체 타입으로 세안 후 남아있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토너는 일반적으로 알코올이 섞이지않은 유연화장수를 뜻한다. 스킨소프트너, 스킨로션이라고도 불린다. 아스트린젠트는 같은 종류이지만 알코올이 섞인 수렴화장수로 최근에는 오일컨트롤로션, 토닝로션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인다. 크리스찬 디올 등 유럽계 화장품의 로씨옹(lotion) 표기도 수렴화장수를 뜻한다.
에센 흔히 다른 제품으로 오인하지만 같은 종류다. 세럼은 에센스의 불어식 표현. 대체로 투명하거나 반투명하며 산뜻한 느낌으로 흡수력이 좋으며 미백이나 보습, 노화방지 등 고농도 기능성 화장품을 의미한다. 당연히 두가지를 같이 바를 필요가 없다.
부스터는 에센스나 로션의 흡수를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에센스의 대용품으로 보는게 맞다. ‘부추기다, 떠받치다’는 부스트(boost)의 뜻을 이해하면 쉽게 설명된다. 앰플은 에센스나 세럼을 고밀도로 농축시킨 것으로 1년에 한두번 정도 집중적인 피부관리를 하기위해 사용된다. 마스크는 10분 정도 얼굴에 붙여두는 시트(sheet) 제품으로 시트에 화장품을 묻혀둔 것이 자연스럽게 피부에 흡수되게 만든 것이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신조어들은 화장품 소비를 부추기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서구에는 아예 없는 밀키로션이라는 단어가 급조되면서 한국의 모든 여성들이 스킨로션 다음 영양크림 바르기 전에는 반드시 밀키로션을 발라야한다는 강박증을 가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여성들은 클렌징후 크림과 자외선차단제 정도를 바르는 것으로 일상적인 기초화장을 끝낸다. 반면 한국여성들은 클렌징도 메이크업리무버와 폼클렌징 단계로 나뉘고 이후에는 토너-에센스-아이크림-밀키로션-크림-자외선차단제로 마감한다.
화장품 과다사용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기 같은 피부에 대한 한국여성들의 열망 때문이지만 이해하기 힘든 용어로 인해 화장품 구입에 있어서 매장직원 의존도가 높은 것도 큰 이유다. 엔프라니 화장품 마케팅실 김영진씨는 “원어 그대로 표기해야 고급스러운 느낌이 사는데다 매장 직원에게 질문을 더 많이 하게돼 구입을 설득하기 쉬워진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화장품을 많이 바르면 정말 피부가 고와질까. CNP차앤박피부과 이동원 원장은 “기초화장의 제1원칙은 피부에 자극을 주지않으면서 충분한 보습을 주는 것”이라면서 “건강한 성인의 경우 피부자체가 자생능력을 갖추고 보호유막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평소엔 로션 하나만 발라도 보습효과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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