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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스포츠狂 미국인들의 축제 "슈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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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스포츠狂 미국인들의 축제 "슈퍼볼"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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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내려가더니 조지아대가 있는 이 곳 에덴스시에 올 겨울 들어 첫 얼음이 얼었다.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미 북부지역에 비하면 장난같은 추위지만 조지아대를 비롯한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교통이 통제되는 등 비상 상황이 펼쳐졌다. 제설작업 잘하는 시장이 재선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을만큼 겨울나기 준비에 철저한 북부 및 산간지역과 달리 아예 기본적인 제설장비도 갖추지 않은 남부지역에서만 가능한 사태일 것이다.

이처럼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월은 미국인,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스포츠 시즌이다. 다음달 1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미 프로축구 슈퍼볼 대회와 함께 대학 농구의 열기가 미국 전역을 달구기 때문이다.

올해로 38회가 되는 슈퍼볼은 말 그대로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스포츠 축제다.

미국인들이 슈퍼볼에 바치는 애정은 우리같은 이방인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 팀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술집 등에 모여 경기를 함께 지켜보며 환호성을 올리는 광경이 미 전역에서 연출된다. 웬만한 음식점들은 이날 휴업을 하고 거리에서 자동차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진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슈퍼볼은 많은 화제를 제공한다. 그 해의 새로운 TV 광고가 대부분 슈퍼 보울 중계방송 광고시간에 공개되고 가장 인기있는 가수가 개막 공연을 맡는다.

슈퍼볼 광고 단가와 그 효과만을 연구한 학술 논문이 적지 않고, 행사 뒤에 감춰진 문화적 의미를 탐구한 글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미디어와 대기업, 연예산업에서 뿜어져 나온 미국 상업주의의 불꽃들이 슈퍼볼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전 미국 나아가 전 세계 밤하늘에 퍼져나가는 셈이다.

조금은 작위적인 슈퍼볼과 달리 대학농구는 순수한 열정과 해마다 펼쳐지는 신선한 이변때문에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64강전부터 패배한 팀은 곧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과 이변이 계속되고 뚝심있는 코치와 무명의 선수들이 일궈내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있어 늘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올해도 초반 상위랭킹 25위에 들지 못했던 조지아공대가 개막 후 13연승을 내달려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반소매차림으로 조깅에 나선 미국인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프로 스포츠에만 열정을 쏟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심지어 중고교 경기에 열광하고 실제생활에서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읽혀진다.

이 상 연 미국/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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