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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예전 선생님들의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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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예전 선생님들의 별명

입력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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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먹다 보면 꼭 그 시절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도 선생님을 이름 대신 꼭 별명으로 부른다. 제자로서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별명만 그렇게 오래 머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강릉은 좁은 곳이라 이웃 여학교에 있다가 남학교로 전근 오는 선생님들도 많았다. 같은 선생님의 별명도 여학생이 부르는 별명과 남학생이 부르는 별명이 다르다. 수업 시간 말을 많이 하면 입가에 거품이 북적북적 일어나는 선생님이 있었다. 여학교에 있을 때 그 선생님의 별명은 '하이타이'였다. 그러나 남학교로 오자마자 이틀 만에 그 선생님의 별명은 '게거품'으로 바뀌고 말았다. 별명을 붙이는 것에서도 여학생들보다는 남학생들이 확실히 무자비하며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식이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어 그때 젊으셨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머리에 눈이 내린 것처럼 나이를 드셨다. 그리고 그때 어느 정도 나이 드셨던 분들은 더 늙으셨거나 더러는 이 세상을 떠나고 안 계신다. 그 시절 공부도 않고 속만 썩이던 제자들만 그때의 선생님 나이가 되어 그 시절 선생님들의 별명을 떠올리며 이미 가신 분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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