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굳은 사고와 원칙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광대들은 더더욱 그런 경직된 원칙들이 정말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그것을 깨트리고자 합니다."러시아 마임이스트 슬라바 폴루닌이 주창하는 광대론이다. 1979년 광대예술을 부활하기 위해 극단 리체데이를 창단한 그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비평가상, 황금마스크상 등을 휩쓸며 막스 밀러, 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르소 등 거장들의 계보를 잇는 당대의 광대로 평가받고 있다.
슬라바 폴루닌이 자신의 연기 인생의 결정체를 한데 모아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무대연출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스노우쇼'다. 88년 초연 이래 세계 50개 도시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아온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가 다시 한국 관객을 찾는다. 2월 10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스노우쇼'는 2001년 7월 한국 초연 이래 세번째 공연이다.
막이 오르면 광대들이 차례로 음울한 잿빛 하늘 아래 등장한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케 하는 무대 위에서 그들은 사랑, 실연, 고독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마지막에 헤어짐의 아쉬움을 표현하며 편지 위에 눈물을 흘린다. 순간, 편지가 갑자기 눈송이로 변하고 마침내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폭설이 된다. 이 공연의 이름이 왜 '스노우쇼'인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게 되면 노란 옷을 입은 광대가 관객들과 함께 공놀이를 시작한다.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다만 슬라바 폴루닌이 직접 무대에 서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물려준 폴루닌은 현재 '스노우쇼'의 연출과 지도만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은 2월 22일까지 계속된다. (02)2005―0114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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