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호감도가 100점 만점에 38.2점에 불과한 나라에서 과연 누가 회사를 경영하려 들겠습니까. 이러한 반기업정서는 기업 의욕을 저하시켜 일자리를 더욱 감소시킬 것입니다."28일 오후2시10분 경북 경주문화회관 별관 2층. 전국에서 모인 중·고교 교사 200여명은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의 특강이 시작되자 두 귀를 쫑긋 세웠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행사의 이름은 '선생님을 위한 경제와 문화체험'. 2박3일 일정으로 경제단체 수장들이 직접 나서 일선 교사들에게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경제5단체가 반기업정서 해소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인 데다가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절박함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
이날 첫 강연자로 나선 한국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은 "우리는 지금 일본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값싼 임금 사이에 끼어 고사할 형편에 놓여있다"며 "그런데도 낡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세대간 갈등이 여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혁신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미래의 주인공은 청소년인 만큼 중·고 교사 여러분들부터 창의력이 중시되는 지식기반사회, 전문지식인이 우대 받는 시대에 대비한 세계시민으로서의 교육에 힘 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박 회장은 "우리는 지금 소득 1만 달러의 함정에 빠져 8년 동안 제자리만 걷고 있다"며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위해선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애정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기업호감지수가 50점도 안 되는 데에는 일차적으로 기업에 그 책임이 있지만 기업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도 많다"며 "특히 우리기업의 투명성이 많이 개선되고 윤리적인 기업이 많은데도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조남홍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친중소기업적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기업정서는 일자리 감소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말 1,017명을 대상으로 '한국기업과 경제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기업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답변이 76.8%로,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해서 부를 축적했을 것'(19.1%)이라는 의견을 크게 압도했다.
상의관계자는 "급격한 사회 변동 속에 일부 탈세와 부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인식이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거나 기업인은 부도덕하다는 인식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내달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강사로 참여하는 행사를 한 차례 더 가진 뒤 올 여름방학부터 교사초청 경제특강을 정례행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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