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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새긴 호주원주민의 魂과 꿈/ 12명 작품 내일 국내 첫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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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새긴 호주원주민의 魂과 꿈/ 12명 작품 내일 국내 첫 소개

입력
2004.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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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미술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포스코 미술관에서 30일 개막하는 '우리 나라, 우리 미술'은 호주 땅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때로부터 쳐서 5,000만 년이 넘는 전통을 지녔다는 호주 원주민들의 미술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원주민 미술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게 들리지만 막상 작품들을 보면 여느 현대 미니멀리즘,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보는 듯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화려한 원색, 점과 선을 위주로 이뤄진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그렇다. 하지만 그 뿌리는 전혀 다르다.

유럽인들이 호주에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 그때까지 대륙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은 종교와 교육, 그리고 의식(儀式)이라는 세 가지 필요에 의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그들에게 조상과 대화하는 통로이자, 문자가 없는 현실에서 후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방법이었으며, 각종 의식에서 조상과 땅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권위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림' 이라지만 사실 원주민들에게는 현대의 그림이라는 말에 들어맞는 단어는 없다. 가장 가까운 말이라면 '새김' '흔적' '추적'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그림은 바로 조상의 혼이 그들의 '나라'(이 역시 현대어의 나라와는 다른 개념이다)를 창조하는 데 남긴 흔적들을 추적하고 기록한다는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대 호주미술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꼽히며 미국과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도로시 나팡나디(49). 그의 연작회화 제목인 '미나 미나의 소금'은 미나 미나라는 호주 북부 사막 외딴 지역의 신성한 장소에 펼쳐진 소금 덩어리들의 모습과, 이곳을 지나고 춤추는 여자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처럼 호주 원주민 미술에서 가장 많이 표현된 것은 '드리밍(Dreaming)'으로 불린다. 그들의 드리밍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초인간적 형태를 가진 토템적 조상들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조신화를 의미한다. 나팡나디 등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눈이 어지러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데 이는 원주민 작가들이 그들 조상의 영혼을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상의 영적인 힘이 그림에 보여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전시에는 12명의 작품 45점이 나온다. 당초 호주 원주민들은 흙과 천연 벌꿀, 동물의 피 등을 섞어 바위나 몸에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캔버스와 아크릴을 사용한다.

작가들은 94세부터 42세까지에 걸쳐있다. 올해 94세의 미니 풀러는 89세 때인 1999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단기간에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작가. 역동적이고 화려한 색상, 즐거운 리듬과 매력적인 패턴을 가진 그의 추상화는 드리밍에 대한 그의 독특한 예술적 해석이다. 그의 그림들은 자신의 고장에서 행해지는 의식에서 사용되는 여성의 몸에 그리는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한다.

현재 호주 국민 2,000만 중 원주민들은 10% 내외로 추산된다. 200여 가지가 넘는 언어만큼 다양한 이들 종족의 미술은 198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점점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소더비의 원주민 미술 경매에서는 출품작 560점 모두가 한화 약 68억5,000만 원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호주를 대표하는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은 보잉747 동체를 원주민 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호주대사관과 포스코미술관이 공동주최하고 샘터화랑이 협찬한다. 2월 20일까지. (02)3457―1665

/하종오기자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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