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가장 오래된 가위는 사랑방에 있는 할아버지의 작은 사물함 안에 접칼과 함께 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걸로 종이 한 장 제대로 자를 수 없을 만큼 이가 잘 맞지 않는 가위였는데, 할아버지는 그 가위로 사각사각 수염을 다듬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와 장비의 중간쯤 되는 유비 수염이었다.그 다음 오래된 가위는 어머니 반짇고리에 들어 있었다. 옷감을 자르는 가위였는데 어린 시절 그 가위는 우리에게 조금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의 손톱을 가위로 깎아주었다. 열 손가락 중 어느 한 손가락은 매번 너무 바짝 깎아 늘 손톱 끝이 아리곤 했다. 아직 우리의 고사리 같은 손을 다듬기엔 그 가위가 쓰임새만큼 날렵하지도 않았고 또 작두만큼이나 컸던 것이다.
며칠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순대를 칼이 아니라 가위로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썰어주던 한 처자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나는 내 기억 속의 오래된 가위들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반짇고리에 있던 가위가 어느 결에 주방으로 나온 것이다. 오래지도 않은 세월인데 먹고 사는 일이 그만큼 달라져가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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