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에서 노키아와 삼성전자 휴대폰에 사용된 모조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26일 국내에서도 따뜻한 이불 속에 있던 휴대폰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자 별다른 위험을 느끼지 못했던 휴대폰 배터리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용 리튬 배터리가 화재를 일으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리튬 이온액을 둘러싸고 있는 배터리 외부 플라스틱이 망가지면서 물기와 접촉해 불이 붙는 경우다. 전지를 함부로 다뤄서 망가뜨리거나 어설프게 만든 모조 전지를 쓰다가 이런 위험에 닥칠 수 있다.
둘째는 전지 뒷면에 돌출된 양극(+)과 음극(-)이 동전이나 열쇠 등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과 마주치면서 서로 연결됐을 때 발생하는 경우다. 전기 회로의 합선과 마찬가지로 높은 열이 발생하면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데, 정품 휴대폰 배터리는 이에 대비한 안전 회로를 내장하고 있다.
휴대폰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것은 충전(充電) 물질인 리튬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리튬은 가벼우면서도 높은 전압을 낼 수 있는 화학적 성질이 있어 휴대폰 전지의 재료로는 최적이다. 그러나 물과는 상극이라는 단점이 있다. 물기는 물론, 공기 중의 습기만 닿아도 인화성 가스와 높은 열을 내며 불이 붙는다. 전 세계적으로 10여건에 이르는 휴대폰용 배터리 사고가 태국, 베트남, 네덜란드 등 기후가 습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배터리를 구성하고 있는 리튬은 자동차 연료통 속의 휘발유와 같다"며 "그러나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슬림형으로 쓰이는 리튬 폴리머(Li-Polymer) 배터리는 고분자 박막의 밀폐성이 뛰어나 일반 리튬 배터리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내 휴대폰 배터리 화재 사고의 경우 충전기에 꽂혀 있던 배터리를 애완견이 물어 뜯은 점으로 미루어 배터리 외부 플라스틱에 균열 등이 생기면서 타액이 스며들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대폰 배터리는 반드시 휴대폰 제조사나 배터리 전문회사의 제품만 사용하고, 평소에는 동물이나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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