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맹위를 떨치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28일 베트남과 태국에서 추가로 조류독감 환자 등이 사망하면서 아시아 각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은 방콕에서 긴급대책 회의를 열었다.
피해 확산과 대처
그 동안의 조류독감 관련 사망자가 18명에 이른다고 뒤늦게 발표한 베트남 보건당국은 28일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에 양성반응을 보여 치료 중이던 23세와 30세 자매가 지난 22일 숨졌다고 추가로 밝혔다. 이날 의심환자 1명이 더 숨진 태국에다 그동안 환자가 없던 인도네시아에서도 3세 남자아이가 유사증세를 보여 조류독감 관련 환자가 발생한 나라는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4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태국의 경우 조류독감이 최근 12개 주에서 추가로 발생해 발생 지역이 모두 25개 주로 확산됐다.
28일 방콕에 모인 아시아 10개국 및 미국, EU,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들은 긴급 대책회의에서 조류독감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조류독감이 사람끼리의 접촉으로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조류독감 발생국에 대해 여행 규제 조치를 취하지는 말라"고 촉구했다.
쏟아지는 우려
AFP 통신은 27일 "1918, 19년 단 두 해 동안 5,000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은 최초 발생 후 23년 동안 에이즈로 숨진 희생자의 두 배가 넘는다"며 "조류독감이 사람 사이에 퍼지는 독감으로 전이될 경우 에이즈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대 연구진은 또 "이번 조류독감은 보통 닭에 비해 H5N1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강한 오리마저 대량 감염시킬 정도로 치명적"이라며 "특히 영하 70도에서 수년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냉장·냉동닭도 (익히기 전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가장 확실한 대처 방법으로 가금류 도살 처분을 권장하고 있으나 방역 장비가 허술한 동남아 국가의 경우,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인체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 의사들에게 최근 아시아를 여행한 뒤 독감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류독감 연관성 여부를 조사하라고 촉구해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WHO와 세계식량기구(WFO), 동물보건기구(OIE) 등 국제 보건당국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국제 방역 공조를 촉구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中서 최초 발생 가능성
줄곧 "조류독감에는 안전하다"고 주장해 온 중국이 27일 발생 사실을 시인하자 "조류독감도 사스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사람끼리의 감염 가능성이 특히 높은데다 수출량도 방대해 주변국에 가장 큰 피해를 끼칠 나라로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홍콩에서는 1997년 이래 매년 크고 작은 조류독감 사례가 발생했으며 당국은 이를 중국에서 넘어온 철새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중국 진원설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홍콩에서 처음 발견된 사스도 결국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됐다는 점과 철새들이 넓은 중국 땅을 피해 다녔을 리 없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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