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에서 다시 그 할머니를 만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2001년 겨울, 군에 입대하기 전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보았으니 햇수로는 어느덧 3년이 흘렀다.올 겨울 제대한 나는 입대 전 자주 들렀던 종로 3가를 거닐다가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할머니는 마치 시간이 정지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여전히 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붙잡고 돈을 달라고 구걸하고 있었다.
왜소한 체격에 추운 겨울날에도 변변히 껴입지도 못한 채 날마다 그 거리에 나와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할머니.
3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고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냥 지나칠까? 돈을 줄까? 등등의 생각이 교차한다.
그 날 따라 사람들 앞을 서성이며 주머니에 돈을 넣어달라고 간청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여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돈을 드리리라 마음 먹고 있던 터라 주머니에 있는 잔돈을 탈탈 털어 모두 넣어드렸다. 큰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돈을 드림으로써 나는 뿌듯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작은 보탬이었기에 근처에 있는 상가에 가서 따뜻한 우유나 캔커피 하나라도 사드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유나 커피 살 돈을 차라리 더 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또 고민 하다 결국 그냥 지나갔다.
지금까지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아쉬움을 남겨두고 또 그렇게 난 그 할머니와의 수없이 많은 만남을 뒤로 한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그렇게 치자면 그 거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할머니와 인연이 있다고 해야겠지만 옷깃을 스치는 모든 사람들이 할머니를 도와줄 거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희망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나마저 그곳을 지날 때 마다 마주치는 그 할머니와의 만남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머니는 나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다음 번에는 좀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해본다.
/박재형·서울 동작구 상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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