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업무와 관련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신문사의 논설위원도 예외가 아니다. 논설위원은 대개 두 종류의 기사, 즉 사설과 칼럼을 쓴다. 신문사의 의견인 사설은 토의를 통해 주제가 정해지지만, 칼럼은 소재선택 주제설정 단어배합 논리전개 등이 그날 필자로 선정된 논설위원의 판단에 맡겨진다. '지평선' 은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느끼며 만들어가는 칼럼이다. 비록 1,200자에 불과한 짧은 글이지만 필자에 따라 글의 색깔과 향기가 다양하다.■ '지평선' 독자들은 꽤 익숙하게 알려졌던 한 논설위원의 글을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된다. 지난 7년 간 이 난에 글을 써 온 문창재(文昌宰) 논설위원실장이 이 달 말 정년으로 회사를 떠난다. 그는 12명의 논설위원 중에 '지평선' 칼럼을 가장 오래 썼다. 그의 칼럼의 주제는 사회문제 전반에 걸쳐 있지만, 우리 역사와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한번은 시골 목욕탕 안에 물을 주제로 쓴 그의 칼럼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고, 그의 글을 오려 보관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그는 기사문장에서 자신에게 무척 엄격할 뿐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좋은 충고자이다.
■ 직업적 열정에 비해서 문 실장의 언론인 생활은 화려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다. 언론인으로서 그의 절제와 순수함은 연륜이 쌓일수록 더해갔다. 취재 대상이 있는 현장에 가기를 원했고 기사 쓰기를 좋아했다. 글 써먹고 사는 언론인이라면 그게 당연한 길이지만 인간이란 교과서대로만 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직장인으로서 고비가 있을 때마다 "정년까지 신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 마음을 보여주듯 그는 일주일 남은 시간에 '현장의 기자'로 일본취재여행을 떠났다.
■ 그는 산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떠난다. 그래서 그의 글 속에는 산 냄새가 자주 배어났다. 논설위원들은 그를 따라 나서면 아주 편하게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가야산 등에 오를 수 있었다. 굉장히 걸음이 빠르지만 일행이 있으면 가장 처지는 사람과 보조를 맞춘다. 동료이자 후배로서 그의 '지평선'을 읽을 수 없고, 그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게 되어 섭섭하다. 코트 깃을 세우고 바람처럼 움직이던 사건기자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그의 언론인 생활이 32년을 넘겼으니 세월은 빠르기도 하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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