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28일 기업 명의의 정치자금 제공 금지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법개정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안"이라는 반응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각 정당에 2억5,000만원까지만 기부할 수 있는 현재의 정치자금법을 기업들이 지키지 못했던 것은 정치자금 시장의 왜곡된 관행 때문이었다"면서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 보다 잘못된 정치자금 조달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법이 개정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당이나 개별 정치인의 은밀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법은 오히려 범법자만 양산 할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정치자금 수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고비용 정치구조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만 했고,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기업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자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불법적인 정치자금 제공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숨통을 더 죄는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기업 관계자도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 등을 의식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안을 마련한 것 같다"며 "재계가 요구해온 대로 중앙선관위 등 제3의 기관에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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