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우리말을 모두 담은 사전을 북측과 꼭 만들고 싶습니다."북한과 공동으로 국어사전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중인 사단법인 통일맞이 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 김재규 사무차장(사진)은 다소 상기된 얼굴로 사전 편찬에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지만 김 사무차장은 "통일을 대비해 언어와 문화 교류차원에서 공동 사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겨레말 사전 남북 공동편찬 사업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가진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통일맞이에 먼저 제의해 시작됐다. 통일맞이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지난해 11월 통일맞이 정도상 사무처장과 민화협 리창덕 사무소장이 만나 남측의 표준말과 북측의 평양말 외에도 각 지역의 방대한 방언까지 수록한 '남북공동 겨레말 큰사전' 편찬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의향서를 교환하는 단계까지 진전됐다.
하지만 사전을 실제 편찬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우선 2월 말 평양에서 열리는 실무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합의를 해야 한다. 김 사무차장은 "북측은 사전편찬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합의서를 교환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합의가 된다 하더라도 편찬작업을 맡을 단체를 선정해야 하고 양측 국어학계의 자문도 구해야 하는 등 할 일은 태산같다. 합의서가 교환된다면 실사작업에 3년, 사전편찬 작업에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사무차장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통합 외에도 문화적,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족고유의 유산인 언어를 통해 남북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때 비로소 통일이 가까워질 것"이라며 사전 편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