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작업실은 창작의 산실이자 생활의 공간이기도 하다. 작업실에서 예술행위와 일상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작가들의 창작환경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비나미술관이 2월 25일까지 여는 '작업실 보고서' 에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 사진작가 영상설치작가 20여 명이 참여해 자신의, 또는 동료 작가의 작업실을 보여준다.김윤환은 '개인 휴대용 아틀리에'라는 작품을 냈다. 공기를 불어넣는 비닐로 작업실을 만들었다. 작가들이 미디어 작업을 선호하면서 과거처럼 큰 작업실을 요구하지 않게 됐고 프로젝트형 작업이나 수행형 작업 등을 위해 이동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반영한 작품이다.
김현숙은 작업실의 또 다른 대안으로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을 제시한다. 불법 점거건물을 의미하는 말. 유럽의 예술가들은 오랫동안 방치돼 비어있는 폐건물 등을 점거해 기존 상업화랑, 미술관에 반기를 들고 작품활동을 펼친다. 작가는 9개의 큐브형 모니터를 설치해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예술가들의 다큐 비디오를 보여주고 폴라로이드로 찍은 그들의 사진 100여 장도 함께 내놨다.
인천 지역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그룹 활동을 하고 있는 드라마고는 디지털 포토 몽타주 작업을 실사출력해서 걸었다. 폐쇄된 아틀리에보다는 지역과 사람들이라는 현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허름한 옷차림의 꽃 파는 아주머니, 전철역을 배회하는 소년, 버려진 인형, 복개되지 않은 개천 위를 나는 갈매기 등이 작업실의 구성원으로 등장한다.
유근택의 '어쩔수 없는 난제들'은 수묵채색화로 어질러진 아파트 거실을 보여준다. 작업공간인 동시에 일상공간, 아이의 놀이공간을 감당해야하는 자신의 아내인 여화가를 화면에 담았다.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이사도 작품을 냈다. 그의 '자궁 공간'은 골판지와 비닐 튜브의 조합으로 작업실을 생명의 공간인 자궁에 빗대 표현한다. (02)736―4371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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