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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형사" 김인권/"웃기는 형사 다 보겠다구요,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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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형사" 김인권/"웃기는 형사 다 보겠다구요, 히히히"

입력
2004.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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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얼굴에 근육질 몸매 배우가 연예계를 접수한 요즘, 투박하고 친근한 젊은 남자 배우를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SBS 시트콤 '형사'(금 밤 10시)에 출연하고 있는 김인권(26)은 단연 눈에 띄는 배우다. 딴딴해 보이는 몸집에 더벅머리 헤어스타일이 친숙한 이 배우는 윤다훈, 박상면, 이대근 같은 쟁쟁한 시트콤 연기자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강력반 선배 형사 윤다훈을 깍듯이 모시는 것이 지나쳐 곤경에 빠뜨리기 일쑤고, 후배 형사 김성은의 막무가내 구애를 피하느라 좌충우돌하는 것이 극중 그의 모습이다.평상시에도 얼굴에 장난기가 덕지덕지 묻어나는 그가 "원래는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의외다. 하지만 단막극이라 주목을 끌지 못했을 뿐, 그는 에이즈 환자를 다룬 KBS 드라마시티 '나의 그녀 이야기', 6㎜ 카메라로 찍은 '상파울로', 'S대 법대 미달사건' 등 실험성 강한 TV 단막극의 단골 출연자다. 지난 설 연휴 때는 MBC '굿모닝 공자'의 주연을 맡았다. 해외에서 더 좋은 평을 받았던 영화 '플라스틱 트리'의 주인공을 맡았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작품으로 직접 제작·감독·주연을 맡은 '쉬브스키'('씨XX끼'라는 의미라고)가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되는 등 충무로와 인연이 더 끈끈하다. 그를 단순히 코믹 조연 배우로 한정해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작가주의 성향의 배우처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프로필을 쭉 읽어 내려가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심형래'를 꼽고 있다. "어릴 적부터 희극 배우를 좋아해서 주성치, 짐 캐리가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어요. 특히 심형래씨가 TV에 나오면 완전히 '채널고정'이었죠."

그는 "편집증적 증세가 엿보이는 코믹 캐릭터"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트레이드 마크인 맛깔스런 경상도 사투리와 장난기 넘치는 말투, 더벅머리도 그렇게 해서 연출해 낸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이 공들여 창조한 코믹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감초연기' 정도로 소모되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코믹 시트콤 '형사'에 출연 중인 그는 요즘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기억에 남는 연기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영화 '박하사탕' 이야기를 꺼냈다. "문소리씨가 군대로 면회 가는 장면이 나와요. 초소에서 '아가씨, 어디서 왔는대요? 서울이요? 서울이 다 아가씨 집인가' 하고 말하던 군인 역이었지요. 이창동 감독님한테 말년 병장의 분위기를 내야 한다며 4시간 넘게 연기지도를 받았던 기억이 오래 남아요."

최초의 '드라메디(드라마+코미디)'를 표방한 '형사'에 대한 평가도 날카롭다. "초반에는 성격이 애매했던 것이 사실이죠. 기존 시트콤처럼 너무 오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획 의도였는데, 그러다 보니 웃음의 강도는 약하고 그렇다고 정극도 아닌, 딜레마에 빠진 거죠. 하지만 인물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 앞으로는 점점 나아질 겁니다."

그는 그러면서 시트콤 '프렌즈'를 예로 들었다. "'프렌즈'도 처음에는 인기가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레이첼, 로스, 모니카 등 캐릭터들이 점차 관계와 시간을 쌓아가며 인기를 얻게 되죠. '형사'도 마찬가지에요. 박상면은 사기사건으로 반장 이대근의 앙숙이 되고, 윤다훈은 형사답지 못한 실수로 후배 김인권에게 골탕 먹고, 김인권은 '뺀질이' 박민호에게 공을 가로채이기 일쑤고, 김성은은 스토커처럼 김인권을 쫓아다니고, 오지호와 이혜영이 몰래 사랑을 하는 관계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식이지요. 이런 것들이 쌓이면 '형사'도 인기 시트콤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개그콘서트' '코미디하우스' '웃찾사' 같은 코미디 프로는 방영시간표를 TV 옆에 붙여 놓고 빼놓지 않고 본다는 김인권. 새해에는 "찰리 채플린처럼 독창적 캐릭터 그 자체가 볼거리가 되는 희극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을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사진=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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