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28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과대포장'이다. 정부 부서의 새해 업무보고라는 게 원래 과장이 있기 마련이지만, 올해 보고는 좀 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대통령 면전에서 '거짓 보고를 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우선 '특별소비세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부분부터 본말이 전도된 과장 보고다. 특별소비세에서 가장 세수 비중이 높은 유류, 자동차는 제외한데다 나머지 부과대상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폐지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현재로는 전체 특소세액중에서 10%도 채 안 되는 고급 시계와 귀금속 등이 전부다.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웬만하면 유지한다는 것이고 경마장이나 카지노, 유흥주점에 대해서는 '폐'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원칙적으로 폐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유지'인 셈이다.
재경부는 또 이자소득이 주 수입인 퇴직자, 노령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각종 비과세상품을 통틀어 8,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한도를 조금 늘리겠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8,000만원 이상을 저축할 형편이 못 되는 대다수 퇴직자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다.
더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올해 재경부의 모토가 다름아닌 '열린 재경부'라는 사실이다. 김진표 부총리 자신이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그것도 민원인들에게 문턱 높기로 소문난 재경부가 웬 '열린 재경부'인가. 단순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이겠지만, 온통 총선 얘기로 어수선한 최근 재경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우연으로만 생각되지 않는다. 과대포장된 보고내용에다, 애써 코드를 맞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면 한마디로 애처롭다.
유병률 경제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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