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치권에 또 쓴소리를 했다. 박 회장은 그제 산업기술재단이 주최한 'CEO 포럼'에서 "민생·경제 현안을 외면한 소모적 정쟁과 '떼법'이 일반화한 3류수준의 우리정치를 개혁하지 않는 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평소 정부에 대해 재계입장을 날카롭게 대변해 온 박 회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현재 재계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인해 크게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번 박 회장의 발언에는 정치권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어려운 경제상황에 걸맞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의 무능력, 무소신 등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계가 잘한 것만은 아니다. 박 회장은 "5년 주기로 터져 나오는 대선 비자금이 경제를 마비시키고 대외 신인도를 크게 추락시켜 경제·기업에 주름살을 짓게 한다"며 "기업이 고비용 정치구조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선 비자금 문제를 놓고 누가 더 나쁘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 재계도 분명 반대 급부를 기대했고,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얼마 전 경제·경영학 교수들은 경제시국선언을 통해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치권 및 재계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정치권은 지금처럼 말로만 경제 우선, 민생 안정을 외치다가는 불신만 자초하게 되고, 날로 확산되고 있는 반 기업적 정서를 더 이상 방치한다면 재계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박 회장의 쓴소리가 정치권과 재계 모두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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